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5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낮추면서 기준금리는 2년4개월 만에 2%대가 됐다. 금리를 인하하면 원·달러 환율과 물가를 자극할 수 있지만 지금은 경기 부양이 더 중요하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외환시장 경계감이 여전하지만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므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는 기존 연 3.00%에서 2.75%로 낮아져 2022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3% 밑으로 떨어졌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 등으로 국내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판매는 17개 시·도 중 한 곳도 빠지지 않고 줄었다. 2010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처음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로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경감하는 만큼 소비 진작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75% 포인트 인하되고, 대출금리도 그만큼 하락한다고 가정하면 가계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9조1000억원 줄어든다.
반면 박형중 우리은행 연구원은 “높은 대출금리, 고환율, 미국의 불확실한 관세정책 등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 포인트 낮아지면 성장률은 0.07% 포인트 올라간다고 추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 인하 실기론을 거듭 반박했다. 그는 “작년 8월에는 가계부채 때문에 한두 달 늦췄고 이번 1월에는 기본적으로 환율 때문에 한 달 정도 늦췄다”며 “사후적으로 결과를 봤을 때는 가계부채 잡는 데도 큰 도움을 줬다”고 했다. 이어 “저희가 잘 조정하고 있으니 좀 맡겨주시고 자꾸 실기했다는 얘기 하지 마시고 더 잘할 수 있으면 한국은행 총재가 되신 다음에 하시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내수 침체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우세하지만 환율과 물가는 여전히 불안 요소다. 1470원을 넘었던 원·달러 환율은 현재 1431원 수준으로 다소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다. 이날 금리 인하로 한·미의 금리차는 기존 1.50% 포인트에서 1.75% 포인트로 확대됐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2%로 상승하며 5개월 만에 2%대로 재진입한 상황이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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