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최근 자사 멤버십 서비스와 관련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광고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은 가운데 내달 ‘인공지능(AI) 쇼핑앱’ 출시를 앞두고 멤버십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공정위 제재로 인해 생긴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고 멤버십 고객의 충성도가 AI 쇼핑앱으로까지 이어지게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AI 쇼핑앱 멤버십 사용자에게 익일 도착을 약속한 ‘도착보장’ 상품의 무료 교환·반품 혜택을 제공한다. 해당 혜택은 네이버 쇼핑에 입점한 판매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사용자가 도착보장 상품을 구매한 후 교환·반품을 신청하면 귀책 사유와 관계없이 네이버가 관련 비용을 지원해 판매자의 부담을 최소화한다. 네이버가 물품 수거부터 재배송, 반품, 폐기 과정의 모든 비용을 전액 부담한다.
네이버가 멤버십 혜택 강화를 결정한 배경에는 유료 구독 회원의 쇼핑 기여도가 비회원보다 2배 이상 높다는 자사 내부 분석이 있다. 네이버는 고객이 서비스나 제품을 체험한 후 계속해서 이용하거나 다시 이용하는 비율인 리텐션(Retention)이 95%에 이를 만큼 회원들의 충성도가 높다. 네이버는 혜택의 범위를 넓히고, 이로 인해 늘어난 회원들을 그대로 AI 쇼핑앱에 연착륙시키려는 구상이다.
지난해 매출 10조원을 돌파한 네이버는 최근 커머스 부문 성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12조2000억원으로 집계된 커머스 부문 거래액은 분기마다 증가해 4분기에 13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가파른 성장 속도와 달리 소비자 보호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지난 11일 네이버가 플러스멤버십 2주년 광고에서 실제보다 혜택이 큰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한 혐의가 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해당 광고가 소비자를 오인시켜 합리적인 구매 결정을 방해하는 기만적 성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네이버는 포인트 적립 혜택과 관련해 ‘적립은 끝이 없음’ 등의 표현을 사용했지만 실제로는 적립 한도와 비율이 정해져 있었다.
황진주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겸임교수는 “네이버가 수익화에만 집중하면서 소비자 권리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로서 타 플랫폼에도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소비자 관련 사내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14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