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 부과 의지를 밝히면서 ‘한국GM 철수설’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관세 부과로 한국 생산기지의 수익성이 악화하면 GM이 한국 사업장을 유지하지 않을 명분이 생긴다. 직원 수 1만1000명인 한국GM 철수가 현실화하면 한국 자동차산업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4월 2일 자동차 관세 조치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관세율은 25% 수준으로 예상된다. 미국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사업장은 직격탄을 받게 된다. 한국GM은 지난해 49만9559대를 판매했는데, 이 중 41만8782대가 미국에 수출됐다. 전체 판매량의 83.8%에 달한다.
한국GM은 그간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 전략을 펼쳐왔다. 미국 수출량은 2021년 15만7863대에서 지난해 41만8782대로 약 2.5배 증가했고, 수출 비중도 꾸준히 늘려왔다. 미국 수출 호조에 힘입어 2022년 9년 만에 흑자 전환을 했고,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한국GM은 국내에서 소형차 중심의 판매라인을 구성하고 있다. 주력 차량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로 지난해 국산 승용차 수출 1·4위에 올랐다. 무관세로 수출할 때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업계에선 미국이 10% 관세만 부과하더라도 한국GM의 수익이 급감할 것이라고 본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 대당 평균 가격을 3000만원이라고 추산할 때 관세를 10% 부과하면 300만원이 수익에서 고스란히 빠진다. 이를 지난해 판매량인 42만대를 적용하면 1조2600억원의 수익이 감소하는 셈이다. 이는 2023년 영업이익(1조3501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최근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가 주최한 투자자 행사에서 “관세가 영구화되면 공장 이전 여부와 생산 할당 정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한국GM의 철수설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GM이 해외 생산기지에서 철수를 결정한 사례가 이미 수 차례 있어 왔다. GM은 2013년 호주, 2015년 인도네시아와 태국, 2017년 유럽과 인도에서 현지 공장 매각 등의 방식으로 철수한 바 있다. 한국에선 2018년 수익성 악화 등의 이유로 군산공장이 문을 닫았다.
한국GM이 철수를 결정하면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은 인천 부평과 경남 창원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직원 수는 1만1000명에 달하고, 협력사까지 고려하면 영향은 일파만파 커질 수밖에 없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현실화한다면 한국 공장을 철수하는 명분을 만들어 주게 될 것”이라며 “미국과 협상을 통해 GM의 면세를 유지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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