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23일(이하 현지시간) 일제히 우크라이나를 향해 5000억 달러(713조원) 규모의 광물 협정 수용을 압박하고 나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협정 초안이 자국에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안긴다며 더 나은 조건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의 압박에 점점 궁지로 몰리는 모습이다.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과 면담했던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에 나와 광물 협정 초안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이 포함되지 않았다면서도 “암묵적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현지에 자산이 많을수록, 미국이 우크라이나 경제의 미래 안녕에 두는 이해관계가 클수록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한 안보가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정은 서명될 것”이라며 “이것은 러시아 지도부에 미국이 우크라이나 국민과 진지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는 신호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폭스뉴스에서 광물 협정에 대해 “미국이 제공하는 지원의 재구성”이라며 “미국이 우크라이나 방어에 대한 막대한 투자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경제적 파트너십”이라고 주장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 경제협력 관계는 젤렌스키의 나라 미래에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그가 조만간 협상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특사는 “이번 주 합의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여러분은 지난주 젤렌스키가 합의를 망설이는 것을 봤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 대가로 티타늄·리튬·희토류 등 우크라이나 광물에 대한 우선 접근권을 요구했다. 이를 통해 나온 수익으로 미국이 통제하는 500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젤렌스키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10세대까지 이어지는 빚을 지고 싶지 않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협정 체결을) 강요받고 그것 없이 할 수 없다면 우리는 아마 해야 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젤렌스키는 또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면, 내가 정말로 물러나야 한다면 나는 준비돼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조건으로 지도자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자신을 향해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라고 비판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미국이 반대하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선결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2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27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워싱턴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종전 방안과 유럽 안보 보장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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