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효율부(DOGE)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가 연방 공무원들에게 업무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안보·정보 부처 책임자들이 이에 대해 반기를 들고 나섰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모든 정보기관 직원들에게 머스크 지시에 응답하지 말라는 내용의 명령을 내렸다.
개버드 국장은 “우리 업무의 본질적 민감성과 기밀성을 고려할 때 정보기관 직원들은 인사관리처(OPM) 이메일에 응답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백악관 직속 OPM은 머스크의 지시에 따라 공무원들에게 업무 보고서 송부를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FBI는 국장을 통해 모든 검토 과정을 책임진다”며 응답 중단을 지시했다. 국방부와 국무부, 국토안보부 등도 머스크의 지침에 응답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CNN 인터뷰에서 “40년 동안 본 것 중에서 가장 어리석은 일”이라며 “다른 곳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국방부에선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연방 공무원 감축에 나선 머스크는 지난 22일 엑스에서 “모든 연방 직원은 지난주 수행한 업무를 요약해 제출해야 한다”며 “회신하지 않으면 사직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압박했다. 곧이어 OPM은 성과 목록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내며 회신 마감 시한을 24일 자정으로 지정했다. 기밀 정보는 포함하지 말라는 지침이 담겼지만 정보 분야 부처의 업무를 요약해서 제출하는 것 자체가 기밀 유출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머스크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좌파들이 단순한 이메일에 흥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부 부처는 소속 공무원들에게 머스크의 지시에 답장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NYT는 일부 장관급 인사의 반발이 트럼프가 머스크에게 부여한 광범위한 권한에 도전하는 것이라며 “이번 대치는 머스크의 권력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첫 번째 주요 사례”라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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