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으로 교직 수행이 불가능한 교사를 강제로 휴직시키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런 교사가 치료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올 때는 정상 근무가 가능한 심리·정신 상태인지 진단하는 절차를 강화한다. 교사가 폭력성을 드러내는 등 위험 행동을 하면 긴급하게 교육 당국이 개입해 교육 현장과 분리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2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에게 살해된 김하늘(8)양 사건에 대한 후속 조치다. 이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전국 시·도교육감 간담회에서 “정신질환 등으로 교직 수행이 곤란한 교원은 일정한 절차를 거쳐 직권휴직 등 필요한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가칭 ‘하늘이법’을 추진하겠다”며 “복직 시에는 정상 근무 가능성 확인을 필수화하는 등 적절한 대책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원이 폭력성 등으로 특이 증상을 보였을 때 긴급하게 개입할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학교 현장에서 문제를 일으켜왔지만, 교육 당국이 외면해온 이른바 ‘폭탄 교사’ 문제에 대해 정부가 처음으로 대책을 예고한 것이다. 폭탄 교사란 정신적·심리적 문제가 있어 학교 구성원이 다른 학교로 전근을 보내는 ‘폭탄 돌리기’ 대상이 되는 교사를 말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감들도 교육부 방안에 대체로 동의했다. (직권휴직 등 처분 시) 학교 관리자 권한·책임을 강화하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 교원 상태를 진단하고 의료기관과 협력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주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주요 대책으론 시·도교육청에서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질환교원심의위’ 기능을 강화하고, 정신질환으로 휴직했다가 복직하는 절차를 보완하는 내용 등이 담길 전망이다.
정치권도 해당 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입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신질환 등 문제 소지를 지닌 교사의 즉각 분리를 위한 법 개정 필요성 등에 대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페이스북에 “가슴이 먹먹하다. (하늘양) 부모님이 요청한 ‘하늘이법’을 조속히 입법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신질환 진단 여부는 민감한 개인정보다. 정신질환 진단만으로 교사를 낙인찍어 교단에서 배제하는 등 불이익이 돌아갈 경우 교사들이 진단 자체를 꺼리게 돼 병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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