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영은교회(이승구 목사)는 식당 운영을 위해 셰프를 고용한 지 1년이 넘었다. 교회가 성도들에게 질 좋은 음식을 제공하려는 노력 중 하나다. 그동안 권사님들이 교회 식당을 맡았지만 직장인 예배나 노인대학 등 평일에도 식사를 준비할 일이 늘어나면서 마련한 대책이다.
식당운영위원장 김영일 장로는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행사가 있는 평일에는 100인분 넘게 음식을 준비해야 해서 연세 많은 권사님에게만 맡겨두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셰프 인건비를 포함해 비용은 좀 더 들었지만 원활한 식당 운영을 위해 결정했다. 주일 식사를 위해서는 토요일에 봉사자들이 나와서 재료 손질 등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리사 자격증을 가진 셰프가 음식을 맡으면서 성도들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 김 장로는 “성도들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을 때 교회 식당이 고급화됐다고 좋아하는 분이 많았다”면서 “교회 식당이 예수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육의 양식’을 제공하기 위한 교회 식당의 다양한 변신이 이어지고 있다. 식사를 외부 업체에 맡기는 사례도 늘었다. 특히 한 번에 1000인분 이상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대형교회는 외주로 식당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강남구 소망교회(김경진 목사)는 코로나19 이후 외부 업체를 통해 식사를 판매하고 있다. 식당 재개를 논의할 때 주일에 근무할 직원을 구하기 어려웠던 것도 외부 업체와 계약한 이유 중 하나다.
김영규 행정목사는 “교회 식당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점심과 저녁, 주일엔 점심만 운영하고 있다”며 “평일에도 교회 프로그램에 참여하러 오는 성도나 교회가 세운 복지단체 이용자 등 평균 350여명이 식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식당을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저렴하고 질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교회도 있다. 경기도 안양 새중앙교회(황덕영 목사) 로뎀나무식당은 주민과 인근 회사 직장인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식비는 성인 6000원, 미취학 아동 2000원으로 요즘 물가를 고려하면 저렴하다. 성도들을 포함해 많게는 일주일에 2000여명이 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교회에서 음식을 판매하려면 건물 용도를 근린생활시설로 변경해야 하고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 하지만 교회는 지역을 섬기고 교회 문턱을 낮춘다는 목적으로 불편도 감수하고 있다.
새중앙교회 관계자는 “담임목사님이 식당에서 식사해도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외부에서 많이 이용하고 있다”면서 “코로나 이후 식당 운영을 재개했을 때 식당이 다시 열리기를 기다렸다면서 식권을 소중히 갖고 있다가 사용하는 단골이 많았다. 그런 분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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