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NGS 유전자 패널 검사 건보 축소… 유방암 맞춤형 치료 ‘장벽’으로

암 진단과 치료에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반의 유전자 패널 검사는 더는 선택이 아닌 필수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NGS는 한꺼번에 수백 개의 유전자 변이를 동시에 찾아낼 수 있는 효율적인 검사법으로, 개개인의 암 발생 원인을 파악해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정밀의료 구현의 핵심이다.

NGS 검사로 특정 유전자 변이를 발견하면 불필요한 치료를 여러 가지 시도해 보기 전에 최적의 치료 옵션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근래 등장하는 표적 항암제와 면역 항암제 사용에 있어 필수 과정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선 2017년부터 NGS 검사에 건강보험(본인 부담률 50%의 선별급여)이 적용됐다. 그런데 2023년 말 정부가 NGS 선별급여 혜택을 축소하면서 폐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과 혈액암 환자들의 본인 부담률이 80%로 높아졌다. 선별급여의 경우 5년마다 재평가를 하게 돼 있는데, 건보 급여 이후 NGS 검사 건수가 급증하면서 재정부담이 늘어난 게 이유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NGS 검사자 수는 2017년 3320명에서 2023년 5만2133명으로 15.7배 증가했다. 정부는 표적 항암제와 연계된 유전자가 많고 치료 효과성 등 근거가 축적된 폐암 외의 암종에선 NGS 검사가 비용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암 환자들이 NGS 검사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대한종양내과학회 등 관련 학계는 암종에 상관없이 진단 시 진행·전이성(4기)에 해당하거나 1차 치료에 실패해 재발한 이들이 NGS검사를 통해 꼭 맞는 2차 이상의 치료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지원을 확대해 환자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지현 교수는 10일 “많은 암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려면 그 첫 단추로 정확한 진단이 필수인데, 이는 특히 암이 전이됐거나 치료 후 질병이 진행해 내성이 의심되는 환자들에게는 더욱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방암 치료 의사와 환자·가족들이 “유방암의 정밀의료 흐름에 역행하는 NGS 검사의 건보 급여 축소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방암은 유전자 변이가 많은 대표적인 암종이다. 유전자 변이가 동반되는 경우 암이 빠르게 진행하고 좋지 않은 예후로 이어질 수 있다. 전체 유방암의 약 70%를 차지하는 유형인 ‘호르몬 수용체 양성(HR+)/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음성(HER2-)’ 환자의 절반 이상이 한 가지 이상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다. ‘안젤리나 졸리 유전자’로 알려진 BRCA나 PIK3CA, AKT1, PTEN, ERS1 등이 대표적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유방암 유병자는 2021년 기준 42만3532명이다. 이 가운데 70%인 29만6000여명이 가장 흔한 HR+/HER2-유형의 환자로 추정되고 그 중 PIK3CA, AKT1, PTEN 같은 주요 유전자 변이가 동반된 환자는 약 50%인 14만8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주요 유전자 변이 여부를 동시에 확인할 방법이 NGS 검사다. 유방암의 경우 2023년까지만 해도 NGS 검사 이후 각 환자의 유전자 변이에 맞춘 치료제가 마땅히 없었다. 국내외 가이드라인도 유방암은 NGS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기술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이들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제(티루캡)가 등장했고 지난해 9월 국내에도 국소 진행·전이성 유방암의 2차 치료제로 허가됐다. 새로운 표적 항암제의 등장은 국내외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이어졌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유럽종양학회(ESMO) 등은 전이성 유방암 초기 진단의 일환으로 NGS 검사를 권고하고 그에 따른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도록 권고안을 발표했다. 우리 종양내과학회와 병리학회도 지난해 9월 발간한 ‘정밀의료 가이드라인’에서 유방암을 비롯한 진행·전이성 고형암 환자에 NGS 검사를 권장하고 있다.

NGS 검사 시점은 암 종별로 다르다. 폐암은 진단 시점에 진행하지만, 다른 암종은 전이가 발생하거나 1차 치료 중 또는 질병이 진행될 경우 시행된다. 유방암의 경우 3기 또는 4기에서 검사를 권고하는 편이다. 한 대학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유방암에서 NGS 검사는 재발이나 전이를 판정받은 동시에 시행하고 1차 치료를 진행하면서 그 후속 치료를 미리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3기이면서 조기 암 치료 과정에 예후가 좋지 않게 예측되거나 4기, 즉 전이성 유방암 진단 시 유전자 변이 확인을 위해 NGS 검사가 필요하다. 1·2기 환자들은 수술로 완치할 수 있어 굳이 받을 필요가 없다.


국내외 빠른 치료 환경의 변화에도 유방암 진료 현장에선 높아진 NGS 검사 비용 부담으로 인해 환자의 접근성이 낮은 실정이다. 현재 유일하게 선별급여 본인 부담률이 50%인 폐암의 경우 2020년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NGS 검사 비율이 16.1%였다. 유방암은 본인 부담률이 80%로 폐암보다 높아서 검사 비율이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높은 NGS 검사 비용은 유전자 변이에 따른 개인 맞춤형 암 치료 진입을 막는 ‘허들’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NGS 검사비는 병원마다 다르나 약 200만원 수준으로 160만원 가량을 환자가 부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밀의료 실현을 통한 유방암 환자의 수명 연장, 삶의 질 개선, 의료비 낭비 방지 등을 위해 이른 시일 내에 NGS 검사에 대한 선별급여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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