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2300억원대의 우리은행 부당대출 중 60% 이상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체제 이후 발생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경영실태평가를 마무리할 방침이어서 우리금융지주의 동양·ABL생명 인수·합병 계획에도 먹구름이 꼈다. 일각에서는 임 회장의 거취에 미칠 영향도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은 4일 2024년 금융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 결과 우리은행에서 2334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손태승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은 380억원이 추가로 적발됐다. 관련 부당대출 전체인 730억원의 61.7%에 해당하는 451억원은 임 회장이 취임한 2023년 3월 이후 취급됐다. 우리은행 전현직 고위 임직원 27명(본부장 3명, 지점장 24명)이 관련된 부당대출 1604억원의 61.5%(987억원)도 현 회장 취임 이후 발생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대규모 내부통제 실패 사례”라며 “(경영진이 바뀌고도 부당대출이 이어졌다는 건) 개인의 일탈이기보다 조직 내 잘못된 관성에 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감원이 우리은행에 대한 대규모 부당대출을 추가로 확인하고, 상당액이 현 회장 체제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동양·ABL생명 인수·합병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동양·ABL생명을 총 1조5493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금융지주는 원칙적으로는 경영평가에서 2등급 이상을 얻어야 자회사 인수 승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금감원이 2300억원대 부당대출을 발견한 상황에서 우리금융의 등급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원장은 이날 “금융위가 3월 중 동양·ABL생명 인수 승인을 판단할 수 있도록 이달 중에라도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금융위에 송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사전 리스크(위험) 심의 없이 회장의 뜻에 따라 동양·ABL생명 인수·합병을 추진한 점도 확인했다. 임 회장은 해당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주식 매매계약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를 불과 20분 간격으로 열어 리스크관리위원회 심의 내용이 이사회 안건에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계약금(1549억원) 몰취 조항이 이례적으로 포함돼 위험성이 큰데도 불구하고 공식 이사회에서 해당 내용이 논의되지 않았다.
정기검사 내용을 기반으로 금감원은 빠르면 이달 내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산출할 방침이다. 동양·ABL생명 인수 심사 기한인 다음 달 15일 전에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금융위에 송부해 심사에 반영토록 할 계획이다. 다만 예외조건에 따라 금융위는 우리금융의 경영평가 결과가 하향 조정되더라도 자본금 증액, 부실자산 정리 등을 조건으로 인수를 허가할 수 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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