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막혀 있던 법인의 암호화폐 거래가 가시화되면서 법인 고객을 유치하려는 국내 거래소들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4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으로 ‘법인의 암호화폐 계좌 개설 허용’과 관련한 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단계적 허용’을 언급한 만큼 우선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법인의 암호화폐 투자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첫 허용 대상으로는 정부 기관과 대학, 비영리기구 등이 언급된다.
금융위는 지난 8일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법인의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을 비영리법인부터 단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인증을 마친 실명계좌만 암호화폐 투자가 가능했다. 이 때문에 대학 등에선 암호화폐를 기부받아도 거래할 방법이 없어 이를 보유 상태로 묶어두는 경우가 많았다.
업계에선 법인계좌 개설이 허용될 경우 암호화폐 투자 활성화를 비롯해 침체됐던 국내 블록체인 산업이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블록체인 관련 프로젝트에선 보수나 인센티브 등이 암호화폐로 주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국내에선 법인들이 거래를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 최근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이 해외로 사업 기반을 이전하는 것도 이 문제와 무관치 않았다.
법인 고객 유치를 위한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국내 2위 거래소인 빗썸은 법인영업을 책임질 담당자를 채용 중이다. 이 밖에 코인원 등 다른 거래소들도 담당 팀을 꾸리는 등 채비에 나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국내 대학 중 일부는 비트코인을 상당히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며 “법인계좌 개설이 허용되면 초기 고객 유치가 중요한 만큼 거래소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는 시중은행인 하나은행과의 제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원화 입출금 거래 준비를 위한 기술 연동 테스트를 시행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기술 연동 테스트는 거래 지원 전 단계로, 원화 예치금 이전과 이상 거래 탐지 등이 원활히 이뤄지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현재 업비트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제휴를 맺고 있는데, 법인계좌와 관련해 제약이 있어 시중은행과의 연계를 통해 고객 확보 준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휴와 관련해 업비트와 하나은행 측은 논의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가 오랜 기간 소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변수가 없는 한 업비트가 은행 변경을 추진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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