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쇼크가 닥친 지난달 취업자 수가 5만2000명 줄며 4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월별 취업자 수 증감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2021년 2월(-47만3000명) 이후 처음이다. 내수 침체에 정국 혼란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며 고용시장이 얼어붙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일자리 사업이 지난달 일제히 종료돼 60대 이상 고령층 일자리에 찬바람이 분 영향도 컸다.

연말 고용절벽 속에 지난해 전체 취업자 수는 15만9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년(32만7000명) 대비 반 토막 났고, 불과 2주 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놨던 예측치(17만명)에도 못 미쳤다.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도 200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804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5만2000명 감소했다. 15세 이상 고용률도 61.4%로 전년 동월 대비 0.3% 포인트 내려갔다. 2021년 2월(-1.3% 포인트) 이후 3년 10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계엄·탄핵 정국 이후 정부 일자리 사업마저 끝나자 얼어붙은 고용시장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인 일자리 비중이 컸던 공공행정·보건복지업 취업자 수는 지난달 3000명 줄며 전월(17만1000명 증가) 대비 17만4000명 급감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이 지난달 초·중순 종료된 후 통계 조사가 이뤄져 취업자 수 감소로 집계됐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지난달 60세 이상 고용률도 42.6%로 전년(42.9%) 대비 0.3% 포인트 하락했다.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내수·소비 침체 여파도 두드러졌다.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 수는 15만7000명 줄어 2013년 10차 산업 분류 개편 이후 가장 크게 감소했다. 제조업(-9만7000명) 고용 한파도 지속됐다. 임시·일용직을 중심으로 도소매·운수창고·숙박음식·개인서비스업 취업자 수도 모두 6만5000명 급감했다. 이에 지난달 실업자 수는 17만1000명 증가해 2021년 2월(20만1000명)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고용 성적표도 2020년 이후 가장 좋지 않았다. 전체 취업자 수는 2857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0.6%(15만9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연간 증가 폭이 2021년(36만9000명), 2022년(81만6000명), 2023년(32만7000명)에서 10만명대로 떨어졌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취업자 수가 26만6000명으로 가장 크게 늘었고, 20대와 40대는 각각 12만4000명, 8만1000명 감소했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46.1%)은 전년 대비 0.4% 포인트 줄며 2년 연속 감소세였다.
지난해 ‘쉬었음’ 인구는 11만7000명 늘어난 246만7000명으로 통계 집계(2003년) 이래 가장 많았다. 70세 이상 인구(-2000명)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모두 늘었다. 건설 불황에 일용직 근로자도 12만2000명(-11.7%) 줄며 2012년(-12만7000명) 이후 가장 크게 감소했다.
내수 침체에 정국 불안이 겹치며 고용 지표 악화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중견기업 10곳 중 4곳(40.6%)은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답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조정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건설업 등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향후 고용 여건이 녹록지 않다”면서 “고용 상황의 조속한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올해 직접일자리 사업 채용 인원을 전년 대비 6만1000명 늘리고 일자리 등 민생·경기사업 70% 이상을 상반기에 신속 집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일시적 고용 확대로는 문제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국내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중국에 밀리면서 청년과 제조업 중심의 주력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를 늘리는 임시방편에서 벗어나 신성장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양민철 김혜지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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