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자곡로에 위치한 복합식품매장인 ‘인조이 키친’(대표 전지은). 평범한 식품매장처럼 보이는 이곳은 특별한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건강한 식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발달장애 아이들을 위한 자발적 봉사를 전개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발달장애 아이들을 매장에 초청해 음식을 무료로 대접하거나 해당 가정에 음식을 배달해주는 택배 서비스도 진행한다. 아이의 부모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식재료를 판매하고 건강음식 만들기 노하우도 전수한다. 처음 매장에 온 아이들은 낯선 환경과 음식에 막연한 경계심을 표했다. 그러다가 건강과 맛이 적절하게 배합된 갈릭치킨샐러드 등을 먹으면서 미소를 되찾았다.
며칠에 걸쳐 봉사 혜택을 받은 아이들의 식습관에 변화가 생겨난다. 발달장애 아동은 극단적 편식으로 건강 악화에 시달리기 일쑤다. 그랬던 아이들이 새로운 식문화를 받아들임으로써 먹는 게 다양해지고 건강도 개선되는 모습을 보인다. 부모들의 삶에도 긍정적 변화가 찾아왔다. 평소 건강과 맛이 균형있게 어우러진 음식을 먹이는 데 어려움을 겪던 부모들은 인조이 키친의 도움으로 큰 짐을 내려놓게 됐다.
17세 발달장애 청소년을 돌보는 한 보호자는 “인공조미료가 잔뜩 첨가된 음식만을 찾던 아이는 분노 발작을 자주 일으켰고 저는 이를 통제하느라 몸과 마음이 다 지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고단함 속에서 든든한 지원군을 만났다”면서 “건강한데 맛있는 음식 그리고 발달장애 아이들의 어려움을 이해한 단계적 식이 전환 등을 제공받으며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전지은(44)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미국에서 활동하는 선교사 부부를 만나 발달장애 아이들을 위한 식이워크숍에 참가했다. 여기서 발달장애 아이들과 부모들의 어려운 현실을 깨달았다. 마음속에 품었던 로마서 12장 15절,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말씀을 되새기며 무언가 의미 있는 활동을 하자고 다짐했다.
그 결과물이 지난해에 개장한 인조이 키친이다. 전 대표는 “예수님의 눈길이 머무르는 이 아이들과 함께 웃고 우는 것이 예수님의 뜻”이라면서 “먹을 수 없는 것들이 아이들의 먹거리가 돼 육신이 망가지는 현실 가운데, 믿는 자들이 연합해 귀한 아이들과 가정에 사랑이 담긴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전 대표는 앞으로도 아이들을 위해 건강한 음식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보호작업장 마련도 계획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음식 조리법이나 포장 등을 가르쳐 일하게 하고, 그 대가로 인건비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일손도 채우면서 발달장애 아이들의 자신감과 자율성 증진을 도모할 계획이다.
글·사진=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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