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콤팩트 도시로 우뚝” 광주북구·담양 행정 통합 목소리 고조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주·전남지역에서 행정구역을 서둘러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역경제권 구축과 함께 행정집행 효율성을 높여 지역발전을 꾀하고 사회간접자본 등 자원의 활용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광주와 인접한 전남 담양군을 통합하자는 논의가 대표적이다. 광주 북동쪽인 담양은 12개 읍·면 중 북구와 지리적 경계가 밀접한 곳만 7개 면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담양광주통합북구발전포럼과 광주·담양군 통합 추진위원회 등은 인공지능(AI)과 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와 관광자원이 골고루 분포된 담양군이 한 살림을 차려 상생발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관광뿐 아니라 산업, 농업 등의 자원관리를 체계화하고 행정 집행의 중복과 소모적 자원 배분에 따른 부작용을 덜어야 한다는 논리다. 향후 통합이 성사되면 광주 북구는 드넓은 개발권역을 추가 확보해 도시 경쟁력을 더욱 키울 수 있게 되고 가사문학 산실로 널리 알려진 소쇄원 등 관광 명소가 많은 담양은 풍족한 도시 인프라 혜택을 골고루 누리게 된다.

그동안 행정구역과 생활권이 일치하지 않아 개발 우선순위에서 자주 소외돼온 지역 주민의 되는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한 시대적 명제라는 주장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낮은 재정자립도와 열악한 지역경제 기반으로 담양은 언젠가부터 저녁만 되면 불빛이 어둡고 오가는 이들을 찾기 어려운 곳으로 변했다. 1960년대까지 13만명의 상주인구를 유지하던 담양은 현재 고작 4만5000여명에 불과한 소멸위기 도시로 전락했다.

광주와 경계를 마주한 전남 도내 4개 지자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다. 사정이 비슷한 나주, 장성, 화순이 한국전력 등 공기업이 옮겨온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KTX 정차, 4계절 축제 개최 등을 통해 나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1990년대까지 호황을 누렸던 담양 죽세공예 산업이 명맥을 유지하기는커녕 값싼 중국산 수입 죽제품과 대량 생산된 플라스틱 제품에 밀려 시장 경쟁력을 잃은 게 가장 뼈아프다.

정광성 광주·담양 통합 추진위원장은 지난해 말 개최된 담양·광주북구발전포럼 토론회에서 “4만5000여명의 담양 군민 중 이미 1만7200여명의 통합 찬성 서명을 받아 놓았다”며 “행정구역 통합에 관한 설문조사에서도 찬성 의견이 66%로 반대하는 13%에 비해 5배 이상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광주 5개 자치구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고 면적은 두 번째로 넓은 북구는 지역개발 호기 때마다 알게 모르게 소외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광주시청 이전(2004년), 호남고속철도 개통(2015년)뿐 아니라 143개국, 193개국이 참가한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와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주 경기장, 선수촌 등이 잇따라 다른 자치구에 들어섰다.

최근 10여년간 진곡산단, 평동산단, 광주빛그린산단, 도시첨단산단, 에너지밸리산단 개발도 광산구와 남구에 몰려 자치구 간 격차를 키웠다. 6·25전쟁 직후에 창설돼 1995년부터 주둔해온 31사단과 KTX가 떠난 광주역 주변 지역 슬럼화 등은 지역발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낡은 각화동 농산물도매시장과 광주패밀리랜드, 광주댐을 경계로 나뉜 행정구역 탓에 지자체 예산 투자 순위에서 항상 밀리는 무등산권 가사문학벨트 개발도 해묵은 숙제다.

반면 영구임대아파트 등이 상대적으로 밀집하게 되면서 복지예산이 해마다 증가해 경제도시, 미래산업 도시 건설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북구 관계자는 “사회복지 예산 비율이 전체 구 재정의 70%를 넘는다”며 “지역개발 활력을 되찾으려면 ‘지역거점 콤팩트 도시’로 우뚝 서기 위한 행정구역 통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담양광주통합북구발전포럼은 앞으로 전문가 초청 세미나, 주민 설명회·공청회, 서명운동과 여론조사, 통합정책 제시를 통해 광주·담양 행정구역 통합이라는 최종 목표를 실현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도농복합도시로 거듭나야 합니다. KTX가 떠난 광주역이 제 기능을 상실한 이후 북구는 쇠퇴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북구와 전남 담양이 통합하면 두 지자체 권역에서 눈부신 지역개발이 이뤄질 것입니다."

담양광주통합북구발전포럼을 이끄는 조호권(66·사진) 자문위원장은 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멸위기에 처한 경북 군위군이 2023년 7월 대구 군위군으로 행정구역을 바꾸면서 대구가 특·광역시 중 가장 넓은 면적을 확보해 충분한 개발여력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군위군민 2만3300여명이 더해진 대구가 238만7000여명에 도달한 인구 증가와 더불어 예산 규모도 15조8500억원으로 늘어 지역발전 활성화를 한층 꾀하게 됐다는 의미다.

조 위원장은 "담양 역시 광주의 90%에 달하는 455㎢로 면적이 광활하다"고 전제한 뒤 "소멸위기 1위의 오명에 시달리던 군위군이 행정구역 변경을 통해 대구시 의료 문화 산업 등 각종 도시 인프라를 공유하게 된 것처럼 북구와 담양이 한 살림을 꾸리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관광자원이 풍부한 담양을 광주가 품게되면 스토리텔링을 통해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도농통합도시로서 상생발전을 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행정·재정적 효율성과 함께 생활권과 행정구역이 같아진 주민들의 생활편의도 크게 향상된다"고 덧붙였다.

"행정구역이 통합되면 장기간 논의가 중단된 31사단 이전과 KTX 광주역 재진입, 각화동 농산물도매시장 이전 등도 현안으로 다시 떠오를 겁니다. 더 많은 땅을 갖게 된 북구 개발 혜택을 담양군민이 폭넓게 누리게 된다면 반대할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조 위원장은 증권사 상무를 지낸 금융인 출신으로 제6대 광주시의회 후반기 의장과 광주사회서비스원 초대 원장을 역임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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