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안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신원 확인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사고 3일째인 31일 무안국제공항에 머무는 유족들은 공항 격납고에 마련된 임시 안치실을 찾아 시신을 직접 확인했다. 일부 유족은 검게 그을리거나 심하게 훼손된 시신을 보고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공항 곳곳에 배치된 심리상담사와 자원봉사자들이 지친 유족들을 상대로 총력을 다해 조력하고 있었다.
유족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여섯 가족씩 조를 나눠 격납고로 출발하는 버스에 올랐다. 제주항공 직원과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들이 동행했다.
격납고에서 친형 부부의 시신을 확인한 A씨는 “경찰들의 안내를 받아 격납고에 들어서니 환한 조명 아래 침대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곳에 관계자들이 시신이 담긴 큰 가방을 들고 와 침대에 올려놓은 뒤 지퍼를 열어 얼굴만 보여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신의 얼굴이 화상과 재로 뒤덮여 육안으로 알아보는 건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잔상이 계속 떠올라 힘들다”고 했다.
친언니의 시신을 확인한 B씨도 “언니의 마지막 얼굴을 보고 난 뒤 그리움과 슬픔, 참혹함 등의 감정이 뒤섞여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다행히 언니 얼굴에는 화상이 별로 없어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지만 다른 신체는 얼마나 훼손된 것인지 물어도 답이 없어 답답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격납고에서 돌아온 유족은 하나같이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일부 유족은 다른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공항으로 복귀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희생자 179명 가운데 174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공항 대합실에 마련된 구호텐트 인근에는 심리상담사들이 배치돼 있었다. 상처입은 유족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다. 이들은 공항에 24시간 머물면서 유족의 상태를 살피고, 시신 확인 전후 심리 안정을 위한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상담사 김모씨는 “유족들에게 기분이 어떤지, 오늘은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묻고 있다”며 “대형 재난이 터지면 보통 유족들은 희생자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토로하는데, 그 마음을 헤아리는 방식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사고 직후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슬픔이 더 깊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사고 현장 인근에는 그리움과 슬픔을 담은 편지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사고 현장 부근 철망에는 해당 여객기를 몰았던 기장 한모(45)씨의 형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가 걸려 있었다. 편지에는 “외로이 사투를 벌였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너는 이미 너무나 훌륭했고 충분히 잘했으니 이젠 따뜻한 곳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고마웠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적혀 있었다.
자신을 ‘파일럿 지망생’이라고 밝힌 시민은 “끝까지 요크(조종간)를 놓치 않으시고 안전하게 착륙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신 기장님, 부기장님 존경합니다”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무안=윤예솔 최원준 기자 pinetree2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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