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환자에게 증상 개선은 있어도 병의 회복은 없다

Է:2024-12-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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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철의 ‘좋은 죽음을 위하여’] <25·끝> 호스피스 병동의 끝은 작별


장이 막혀 장루(腸瘻·인공 항문)를 두 개나 달고 있는 50대 여성 대장암 말기 환자가 호스피스로 전원 됐다. 통증으로 1시간마다 마약성 진통제를 찾다 보니 어마무시한 양의 진통제가 투여되고 있었다. 심각한 중독이다. 회진 때마다 통증의 공포에 질려있는 환자의 배를 쓰다듬으며 아프지 않게 해줄 거란 약속을 반복했다.

우선 수면 마취처럼 저녁에 푹 잘 수 있도록 하면서 모든 말기 환자가 두려워하는 밤의 공포를 피해가게 했다. 덕분에 환자의 불안이 안정되면서 밤마다 침대 밖으로 뛰쳐나가려던 행동도, 통증을 호소하는 횟수도 현저히 줄었다. 진통제 양이 절반까지 줄었지만 통증은 심해지지 않았고 맑은 정신으로 대화가 가능해졌다. 그동안 간호사와 간병인들은 다른 환자 10명을 돌보는 에너지를 이 환자에게 쏟았다.

깨어있는 낮이 빛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이제 바통은 자원 봉사자와 신부님, 요법 치료사들에게 넘어간다. 음악 치료사님이 신청곡을 불러줬고 원예 치료사님과 함께 만든 작은 화분을, 환자는 병간호하는 고마운 딸에게 선물했다. 신부님과 자원봉사팀이 매일 그와 말벗이 되고 다리 마사지를 하며 연결성을 확인해 줬다. 어느 날 그는 휠체어를 타고 미사에 참석했고 성탄절에 세례도 받겠노라 했다.

이제 나는 기쁨에 취하는 대신 환자가 악화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말기환자에게 증상의 개선은 있을지언정 병의 회복이란 없다. 암은 계속 진행 중이기에 이 행복이 아주 잠시라는 것을 지난 십수 년을 통해 알고 있고 그 끝은 늘 작별이었다. 다만 그 작별이 원망과 후회보다 감사와 위로가 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완성이다. 만약 호스피스 병동이 아닌 일반 병동에서 환자를 돌본다면 나 역시 고용량의 마약 진통제에만 의지하다 중환자실로 옮길 것이다.

최근 정부는 중증 환자 중심 상급종합병원 운영 지침을 발표했는데 그 안에 호스피스 환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상급병원이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면 중증 환자 비율이 낮아져 불이익을 받는다는 뜻이다. 가뜩이나 호스피스 운영을 피하는 상급병원들에 좋은 명분이 생겼다. 말기 환자들이 마지막까지 무의미한 치료를 받다 중환자실로 옮겨져 중증 비율을 높이는 재료가 되는 일이 지금보다 더 심해질 것이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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