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 대자산 인근 굽이진 둘레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어가다 보면 중증장애인 보호시설 천사의집(원장 장순옥)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성탄절인 25일 오전 시설 입구에 들어서자 찬양 메들리가 들려왔다.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 땅속에 묻힌/ 아무도 모르는 보석이라네.”
신나는 찬양이 흘러나오자 이른바 ‘천사’로 불리는 중증장애인들은 앞으로 나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타인의 시선은 괘념치 않았다.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는 이들의 모습은 성경에 나오는 언약궤 앞에서 춤추던 다윗을 떠올리게 했다.
천사들이 장순옥 천사의집 원장을 향해 손을 뻗고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부르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콧날을 시큰하게 만들었다. 라이트하우스일산교회(김영훈 목사)가 천사들과 함께 성탄절을 기념하기 위해 준비한 예배 현장 모습이다.
교회개척운동인 라이트하우스무브먼트는 이날 서울과 경기권에 있는 특수시설과 개척교회 총 일곱 곳을 찾아가는 ‘원데이 아웃리치 크리스마스’를 마련했다. 기쁜 성탄의 아침 소외된 이웃이 없도록 함께한다는 취지에 공감해 이날 천사의집에 함께한 성도들은 약 20명이었다.
예배에서 김영훈 라이트하우스일산교회 목사는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마 1:21~23) 제목으로 설교했다. 그는 “오늘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셔서 이 땅까지 찾아온 연중 가장 기쁜 날”이라며 “우리 스스로 교회가 되고, 또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한다는 ‘임마누엘’의 마음을 품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특별순서도 마련됐다. 봉사자들과 천사들은 성찬을 함께했다. 천사의집은 다른 교회들의 지원을 받긴 하지만, 실제 성찬 예식을 함께하긴 어려웠다. 성찬식에 참석한 이들은 빵과 포도 음료로 예수 그리스도의 육신과 보혈의 의미를 되새겼다. 또 서로에게 포도 음료에 적신 빵을 전하며 “이제 저도 주님처럼 자신을 당신에게 나눠주겠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점심 식사를 마친 봉사자들은 시설 청소에 팔을 걷어붙였다. 기자도 손길을 거들었다. 걸레질을 맡았다. 청소할 곳은 1층과 2층 총 1322㎡(400평)였다. 소요시간은 30분이었다. 환기를 위해 문을 열고 영하의 바람을 맞으며 청소했으나 이마에 땀이 맺혔다.
둘이 함께 천사의집에 온 김병관(32) 김지희(31) 부부는 “성탄절 교회 안에서 예배하고 소외된 이웃을 초청만 했지, 교회 밖으로 직접 찾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봉사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도 우리와 함께 예배하는 예배자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부는 “천사들과 함께 예배하고 마음을 담은 교제를 할 수 있어서 되레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고양=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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