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적격 대통령 후보 급조
공직 후보 선발·양성이란
정당의 1차 기능 실패
최소한의 내부 견제도 포기
2년 반에 여당 수장 11명
교체가 모든 걸 말해 줘
정당의 기반되는 헌정까지
'윤 탄핵 반대'로 부정
'기생 정당'에 미래 있을까
헌법 문제가 아니라
정당의 체질 개선이 교훈
공직 후보 선발·양성이란
정당의 1차 기능 실패
최소한의 내부 견제도 포기
2년 반에 여당 수장 11명
교체가 모든 걸 말해 줘
정당의 기반되는 헌정까지
'윤 탄핵 반대'로 부정
'기생 정당'에 미래 있을까
헌법 문제가 아니라
정당의 체질 개선이 교훈
12·3 비상계엄 사태의 원인과 처방을 놓고 또 개헌론이 분출하고 있다.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한국 대통령제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헌법을 뜯어고치지 않고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치 형태의 결함 때문에 대다수 국민이 “가짜 뉴스인 줄 알았다”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6시간짜리 ‘친위 쿠데타’가 일어난 것인가. 먼 배경의 하나로 대통령제의 결함이 거론될 수는 있겠지만, 이번만큼은 사람이 문제다. ‘윤석열’이라는 개인의 특이성을 빼고는 이번 사태를 설명할 수 없다.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뜬금없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인을 대거 보낸 것에서부터 평소에 극우 유튜브에 빠져 지냈다는 전언, 야당에 대한 ‘위협용’으로 비상계엄을 발동했다는 식의 변명까지 증거는 차고 넘친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성적, 합리적 판단력을 지녔는지에 물음표가 달리는 건 당연하다. 거창하게 대통령 리더십을 거론할 필요도 없다. 윤 대통령의 인격·성격적 결함이 나라를 나락에 빠뜨린 것이다.
그래서 이번 사태의 함의, 한국 정치 제도에 주는 교훈을 생각할 때 헌법 문제를 제기하는 건 과녁을 잘못 선정한 것이다. 대통령 부적격자를 걸러내지 못한 후진적 정당 시스템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정당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공직 후보자를 선발하고 키우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기능을 아예 포기한 듯하다. 윤 대통령에 이어 데려온 게 한동훈 전 당대표다. 게다가 계엄사태 직전까지 추경호 전 원내대표 등이 현직 경제기관장을 차기 대선 후보로 영입할 계획을 추진했다는 얘기도 나돈다. 반면 이준석 전 당대표 등 내부 유력 주자는 온갖 낙인을 붙여 내쫓거나 불능으로 만들었다.
제대로 된 대통령 후보를 선발하는 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내부 견제도 포기했다. 아무리 대통령을 배출했더라도 여당도 국회에 소속된 만큼 대통령 권력에 대해 일정한 자율성을 가져야 하는 게 대통령제의 원칙이다. 국민의힘은 파행을 거듭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견제하기는커녕 철저한 굴종을 택했다. 대통령이 당 지도부를 마음대로 바꿔도 쓴소리 한번 못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힘 당대표가 교체된 게 무려 세 차례다. 비대위원장 및 권한대행까지 포함하면 2년반 동안 11명의 여당 수장을 대통령이 바꾼 것이다.
국민의힘은 더 나아가 헌법과 민주주의 질서를 부인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도 조직적으로 반대표를 던졌다. 계엄 옹호당이라는 딱지를 부인 못하게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집권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배경이라고 한다. 이 대표에 대한 두려움이 정당의 토대이기도 한 민주 헌정 질서를 정당 스스로 부인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사고는 황당하다. 헌법을 유린한 대통령의 탄핵에도 반대하는 정당에 미래가 있을까. 이 정도 되면 국민의힘의 정체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공당(公黨)이 아니라 ‘원칙이나 윤리도 없이 권력만 좇는 소수의 결사체’라는 의미에서 ‘사당(私黨)’에 가깝지 않느냐는 것이다.
정치학자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 권력에 부수되는 공직 기회 등 행정 권력에 대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탐닉이 주 원인인 듯하다”면서 “대통령 권력에 대한 보수 여당의 일방적 종속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내각제와 달리 대통령제에서는 정당 대리인인 대통령이 정당의 주인 노릇을 하는 주인-대리인 관계의 역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힘은 대통령 권력에 대한 자율성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것은 물론 결과적으로 헌정질서 유린에도 동조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국민의힘의 행태는 ‘기생(寄生) 정당’에 가깝다. 대선 때마다 관료든, 검사든 인기가 높은 당 외부 인사를 영입해 대통령을 ‘급조’하는 데 모든 것을 건다는 점에서다. 결론적으로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주는 교훈은 정당의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한걸음도 진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국민의 책임도 있다. 불협화음이 날 수밖에 없는 의회의 정치 과정은 낮춰보고 행정부 출신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청렴하다거나 능력이 뛰어나다고 보는 인식도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
배병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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