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선 기자의 교회건축 기행] <21> 안성 함께하는교회

경기도 안성 함께하는교회(김인환 목사)는 현 교회 건물이 아닌 이전 교회 건물의 건축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지난 18일 만난 김인환 목사는 현 건물은 이전 건물을 건축하는 과정에서 하나님께 전적으로 순종해 받은 은혜였다고 고백했다.


교회는 본래 평택에 있었다. 지역이 개발되면서 17년 전 현 교회 인근으로 이전하며 건축을 했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공정률 70%에서 시공 회사가 부도난 것이다. 교회는 이미 공사비 80%를 지급한 상태였고 성도 60여명인 교회에 공사비 10% 손해는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시공사에서 돈을 못 받은 하청업체들이 교회로 몰려와 책임지라고 했다. 김 목사는 “우리도 피해자인데 우리에게 돈을 달라고 하니 황당했다”고 회상했다.

공사는 어떻게든 마무리해야 했다. 그래서 사채까지 동원해 3억5000만원을 만들었다. 그것으로 나머지 공사를 할 생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김 목사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꿈인지 환상인지 정확하진 않아요. 그때는 강대상 옆에 침낭을 놓고 기도하다 지치면 자곤 할 때였어요. 내 눈앞에서 어떤 사람이 공사가 멈춘 우리 교회를 향해 침을 뱉으면서 ‘내가 예수 믿는 것들 때문에 큰 손해를 봤다’고 하는 거예요.”

이상한 광경은 다른 날에도 이어졌다. 한 하청업체 대표가 교회의 한 귀퉁이 벽을 곡괭이로 부수고 있었다. 못 받은 돈만큼 공사한 부분을 떼가겠다고 했다.

그게 꿈이든 환상이든 김 목사는 하나님이 무엇을 원하시는지 깊이 묵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하나님은 교회 건물보다 한 사람의 영혼을 귀하게 여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청업체들이 교회 건축 공사를 하다 망하면 복음에 대한 마음이 닫힐 게 뻔했다.

그는 교회 중직자들을 모아 놓고 마무리 공사비 전액을 하청업체에 나눠주자고 했다. 마땅한 대책은 없었다. 장로들이 “건축은 어떻게 마무리할 거냐”고 했지만 “그건 나도 모르겠고 하나님이 주라 하신다”고 답했다. 그가 뜻을 굽히지 않자 장로들은 “마음대로 하시라”고 체념했다.

교회는 건축비로 모아놓은 자금을 하청업체 20여곳에 나눠주면서 “우리 탓은 아니지만 죄송하다”고 했다. 김 목사는 “각 업체가 받아야 할 돈의 80%는 되더라고요. 매월 이자도 나가야 하고 공사도 마무리해야 했지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20여일 지났을 때 한 하청업체 대표가 찾아왔다. 자신은 불교 신자이고 지금까지 많은 공사를 했지만 이런 교회는 처음 봤다고 했다. “이런 교회라면 돈을 받지 않고 공사를 마무리하겠다. 돈은 나중에 주시면 받겠다”고 했다. 그는 다른 대표들까지 설득해 공사를 재개했다. 그렇게 교회당은 완공됐고 공사비는 5년쯤 지나 모두 정산했다.

그뿐 아니라 한 하청업체 대표는 이 교회에 새신자로 등록했다. 다른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대표도 있었다. 또 이 교회가 좋은 교회라고 입소문을 내면서 교회는 빠르게 성장했다. 하청업체 대표는 대부분 지역 토박이들이었다.



함께하는교회의 새 교회당은 교회가 부흥하면서 7933여㎡(2400평) 부지를 구입해 총면적 3636여㎡(1100평), 대예배당 800석 규모로 지었다. 김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 성전을 시공하면서 중간에 부도날 걱정은 없었어요. 시공사인 사닥다리종합건설은 공사가 멈춘 교회를 맡아 건축을 먼저 해준 사례도 많아요.”

새 교회당은 성도들이 서로 만나기 쉽지 않았던 코로나19 기간에 건축됐다. 2020년 9월 공사를 시작해 2022년 4월에 입당했다. 김 목사는 2022년 10월부터 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장을 맡아 총회 일까지 챙겨야 했다. 그는 “정말 바빴다. 이런저런 고비도 많았다”며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에게 기도할 수 있는 은혜를 주셨고 이를 극복하게 하셨다”고 했다.

새 교회는 지역 랜드마크로 세워졌다. 당시는 개발 이전이어서 시골 분위기가 물씬 나던 지역에 우뚝 섰다. 교회 주변은 과수원으로 배 등 과수가 빼곡히 심겨 있었다. 주차장 주변으로 물길과 둘레길도 만들었다. 교회를 설계한 이은석 건축가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전원적 교회를 지향했다”고 설명했다.

건물은 앞과 뒤의 이미지가 다르다. 앞쪽은 단순하고 소박한 노출콘크리트로 마감해 수도원 같은 느낌을 준다. 이 건축가가 유학 시절 방문한 프랑스의 라투레트 수도원에서 영감을 가져왔다. 이 수도원은 세계적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건축했다. 교회당 뒤편은 부드러운 곡선의 입면을 만들어 온유와 환대, 사랑을 표현했다.


또 십자가 첨탑 대신 콘크리트 기둥을 세우고 그 꼭대기에 ‘하늘을 바라보는 창문’을 내고 그 안에 십자가를 뒀다. 교회 진입로 뒤편 벽면을 파서 작은 십자가를 넣었다. 이 건축가는 이를 ‘겸손한 십자가’라고 이름 붙였다. 이런 장치들이 콘크리트 상자의 견고함, 질서, 엄격, 종교성을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공간으로 만든다고 했다.

김 목사는 이 건축가를 예술가라고 평가했다. 교회의 비전과 기능을 예술적으로 잘 구현했다고 말했다. 시공사에 대해선 동역자로 표현했다. 교회 입장에서 모든 것을 기획하고 협의하고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만남도 큰 축복”이라며 “우리 교회의 비전이 ‘세품’이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세상을 품는 교회인데 이를 위해 더 헌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성=글·사진 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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