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구미시가 25일로 예정된 가수 이승환(사진)씨의 데뷔 35주년 기념 콘서트 공연장 대관을 취소했다. 탄핵정국에서 불거진 갈등이 공연·예술계로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구미시문화예술회관 운영조례 제9조에 따라 25일 열릴 예정이던 이승환 콘서트를 시민과 관객의 안전을 고려해 취소한다”고 밝혔다. 구미시는 이씨 측에서 협조하지 않아 대관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지난 20일 공연 주최 측에 안전인력 배치 계획 제출과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의 언행을 하지 않겠음’ 조항이 담긴 서약서를 요청했지만 이씨 측 법률대리인은 첨부된 서약서에 날인할 의사가 없다는 반대의사를 서면으로 밝혀 왔다”고 설명했다.
구미시는 지난 10일에도 이씨 기획사에 정치적 선동 자제를 요청했지만 지난 14일 수원 공연에서 이씨가 ‘탄핵이 되니 좋다’ 등의 정치적 언급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 일이 알려지자 구미지역 보수 시민단체들이 지난 19∼20일 이씨 공연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구미시는 추후 법률 대리인을 통해 콘서트 취소에 따른 문제 등을 정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공개 찬성한 이씨는 구미시의 대관 취소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씨는 자신의 SNS에 “부당한 대관 취소 결정으로 발생할 법적, 경제적 책임은 구미시의 세금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 결정에 참여한 이들이 져야 할 것”이라며 “대관 취소의 진짜 이유는 서약서 날인 거부로 보인다”고 적었다.

동대구역 광장(박정희 광장)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놓고도 진영 간 갈등이 표출됐다. 대구시는 이날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을 열었다. 제막식에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동상 건립을 환영하는 민간단체 회원 등 2000여명이 참석했다.
대구시는 올해 3월부터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업적을 기리는 사업을 추진했다. 동상 제작도 이 사업의 일부다. 동상의 높이는 3m다. 동상 둘레석에 ‘보릿고개 넘어온 길, 자나 깨나 농민 생각’ ‘재임 18년 동안 모내기, 벼베기를 한 해도 거르지 않은 대통령’ 등의 글귀를 새겼다.
동상 건립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야당은 동상 철거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이날 오전 11시쯤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정희 동상 불법 설치 강력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정희우상화반대범시민운동본부도 ‘박정희 우상화 반대 및 대구시장 규탄 시민대회’를 가졌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아직 진행 중”이라며 “시민 의사를 무시하는 동상은 철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경찰청은 400여명을 제막식 장소 일대에 배치하고 질서유지선(차단벽)을 설치했다. 제막식에선 반대단체의 기자회견과 집회 과정에서 보수 성향 인사들이 언성을 높이는 등 소동이 있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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