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인공지능(AI)폰이 등장하면서 ‘애플리케이션(앱)의 시대’는 저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AI폰 초반 성적표는 평균 이하라는 분석이다. 보안·속도·사용 범위에서 비교우위를 지닌 AI폰 기능이 클로바노트, 에이닷 등 기존 외부 앱을 대체할 것으로 봤지만 외부 앱의 성장세가 여전히 눈에 띈다.
AI폰의 시작은 지난 1월 31일 갤럭시 S24 시리즈 출시였다. AI폰의 특화 분야로 주목받던 음성 텍스트 변환·요약과 번역 분야에서조차 이용자들은 폰 자체 기능보다 앱에 더 의존하고 있다. 19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주요 음성 텍스트 변환·요약과 번역 앱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AI폰의 첫 출시 이후에도 증가세다. 클로바노트의 MAU는 1월 39만명에서 11월 58만명으로 4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 사용 시간은 32만 시간에서 58만 시간으로 80% 뛰었다. 번역 앱인 파파고·딥엘, 통신 AI 비서인 에이닷의 MAU 역시 늘었다.
AI폰의 보급 속도는 빠른 편이다.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갤럭시 AI 지원 기기를 늘리며 AI 기능을 탑재한 국내 스마트폰 기기는 지난 9월 2000만대를 넘어섰다.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5600만명 수준임을 고려하면 AI폰을 손에 쥔 이용자가 35% 수준까지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AI폰이 외부 앱의 기세를 예상외로 누르지 못하는 것은 AI폰의 장점으로 꼽힌 넓은 사용 범위와 속도가 국내에서 제힘을 발휘하기 힘든 탓이다. 인터넷 없이 AI 서비스 접속이 가능하다는 것이 AI폰의 장점이지만, 통신망이 촘촘히 설치된 국내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국내 5G 서비스 제공 면적은 전 국토의 75%에 달한다. 내장된 모바일 앱 프로세서(AP) 성능의 한계로 인해 현재 AI폰의 음성 텍스트 변환 속도와 정확성은 기성 AI 앱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AI폰이 보안성을 무기로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낮추고 사용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강점이 부각된다는 점이 주된 이유다. 삼성전자는 지난 17일 개인정보를 단말 내에서 암호화하고 앱과 앱 사이를 오가는 데이터 보안을 강화한 차세대 ‘갤럭시 AI’를 선보였다. 강화된 보안성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실시간 활동을 한눈에 보여주는 알림 시스템부터 ‘올인원’ 해외여행 정보까지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겠다는 구상이다.
주요 경쟁사보다 2년 늦게 내놓은 자체 AI가 기존 앱과 비교했을 때 차별성이 없다는 야유를 받았던 애플도 AI폰으로 다시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포부다. 그렉 조스윅 애플 글로벌마케팅 수석 부사장은 지난 6일 IT 전문 매체 와이어드에 온디바이스 AI 수준의 보안성을 클라우드 AI로 확대하는 혁신을 애플 내에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애플 모두 기기가 스스로 유용한 정보를 찾고 관리해주는 수준의 ‘AI 비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