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내년 자국 우선주의 경제안보 정책 강화를 예고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와 최근 연임에 성공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이 이끄는 2기 EU 집행위원회가 중국 견제 성격의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더 높일 경우, 자동차와 배터리 등 한국 기업에 직·간접적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8일 발간한 ‘폰 데어 라이엔 집권 2기 EU 통상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일 공식 출범한 EU 집행위는 개방 기조의 1기 때와 달리 역내 산업 보호를 위해 공공조달에서 역내산 제품 조달 비중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이른바 ‘바이 유러피안’ 정책 강화다. 공공조달은 EU 국내총생산(GDP)의 14%를 차지한다.
자동차와 풍력 등 일부 업종에서는 친환경 철강 의무 사용 규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소 할당량만으로도 친환경 철강 수요를 확보해 역내 친환경 제조 경쟁력을 높이고 자동차, 풍력 터빈 등 최종 제품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국내 기업으로서는 제조 원가가 높아져 생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60% 이상 고율의 ‘관세 폭탄’을 매길 경우, EU로 중국산 유입이 늘 수 있어 EU 역시 수입규제 카드로 맞대응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EU 집행위 통계를 보면 올해 1~11월 EU의 신규 수입규제 조사 개시 건수는 총 18건으로, 201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15건으로, 신규 조사의 83.3%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다만 EU의 강경한 대중국 견제 기조에도 미국과 같이 고율 관세 조치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EU의 대중국 무역·투자 의존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EU의 중국 기업 제재에 따른 국내 기업의 간접 영향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 7월 EU가 반덤핑 조사를 개시한 ‘에폭시 수지’ 사례와 같이 중국 공급과잉으로 피해를 본 현지 기업이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을 함께 제소하는 경우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어서다. EU 집행위 2기에서는 상계관세 조사 대비 집행이 빠르고 역내 진출한 제3국 기업을 직접 규제할 수 있는 역외보조금규정(FSR) 적용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저가 중국산 유입을 저지하기 위한 EU의 수입규제 강화로 한국산 제품 동반 제소 등 간접적 영향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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