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이 삶의 0순위였다. ‘한 번 온 손님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고객의 돈은 피·눈물이다’란 신조로 월등한 상품 판매 실적을 올리며 38세에 대형 증권사 최연소 도곡동 지점장에 올랐다. VIP 고객 관리를 이유로 매일 자정에 퇴근하고 집에선 잠만 자는 날이 다반사였다.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던 어느 날, 아내에게 이혼 통보를 받았다. “아이 셋 건사하는 일, 더는 혼자 못한다”는 이유였다. 이 이혼 통보는 박인규(58) 인사이트넥서스연구원(INI) 하버드 경영대 최고위 과정 교육원장의 삶을 완전히 바꿨다. ‘신앙-가정-건강-직장-취미 생활’ 순으로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했다. 기상 시간을 앞당겨 새벽예배에 꾸준히 출석하고 수요일마다 가정예배를 이끌었으며 일과 후와 주말엔 꾸준히 책을 읽었다. 자녀들에게 화목한 가정을 선물하고 신앙 유산과 건전한 습관을 전수하기 위해서다.
최근 박 원장이 펴낸 책 ‘명품가문의 법칙’(행복우물·사진)에는 꿈과 기도로 자신뿐 아니라 가족의 삶과 가치관을 바꾼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를 전국 교회와 대학, 기업체와 군부대 등에서 강연하는 그는 최근 국민일보가 선정한 ‘2024 기독교브랜드 대상’ 교육부문도 수상했다. 그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수상을 축하드린다.
“무엇보다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이번 상으로 책과 강연에서 그간 강조해온 ‘명품 가문의 법칙’을 인정받은 것 같아 참 기쁘다. 개인적으로 자녀 셋을 키우는 게 직장생활보다 힘들었다. 가정 해체의 순간 새벽을 깨워 금식 기도하며 자녀를 위해 기도할 수 있던 건 순전히 주님의 은혜다. 이 기도가 모든 변화의 시작이었다.”
-‘명품 가문’이란 무엇인가.
“제가 정의하는 명품 가문은 한 마디로 ‘꿈이 있는 가족’이다. 이를 위해선 3가지 법칙이 필요하다. ‘삶의 우선순위 법칙’과 ‘바라봄의 법칙’, ‘감사·봉사·사명의 법칙’이다.
가장 중요한 건 삶의 우선순위 법칙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설립자인 고(故) 조용기 목사의 주일설교에서 착안했다. 중학생 때부터 이 교회에 출석한 나는 2000년 1월 이 설교를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혼 위기가 닥쳤을 때 재정립한 삶의 우선순위도 이 순서에 따른 것이다. 이후로도 삶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이 순서대로 기도하며 주님의 뜻을 구했다.
바라봄의 법칙 역시 조 목사의 영향을 받았다. ‘꿈이 현실이 된다’는 그분의 책 ‘4차원의 영성’을 100번 읽었다. 마지막 법칙은 3년 전 졸음운전으로 사선을 넘겼을 때 세웠다. ‘매일 내게 주어진 하루는 당연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유언장을 쓰고 범사에 감사하며 베푸는 태도를 습관화하려고 노력했다. ‘하루 최소 1시간 이상 운동하자’는 원칙도 이때 세워 지금껏 실천하고 있다.”
-명품 가문에 뜻을 둔 지 20여년이 지났다. 꿈은 이뤄졌는지.
“명품 가문을 향한 첫걸음은 내디뎠다고 생각한다. 종일 게임만 하던 첫째 아들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글로벌 정보기술(IT) 회사에 취업했다. 평소 ‘산만하다’고 지적받던 둘째 딸은 미술에서 재능을 발견해 미국 LA 아트센터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UBC에서 컴퓨터 공학과 미생물학을 전공하는 막내딸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석·박사 통합 과정을 준비 중이다.
자녀를 위해 세 가지 법칙을 실행하다 보니 내 삶의 궤적도 크게 변했다. 이전까지의 삶은 일에 목숨 거는 인생이었다. 금융 시장이 요동치고 고객들이 거세게 항의할 때는 자살 충동도 자주 느꼈다. 그 와중에 가정마저 흔들리니 위기감이 느껴졌다. ‘이 위기를 하프타임 삼아 인생 후반전만은 달라지자’고 다짐했다. 새벽예배로 삶의 우선순위를, 가정예배로 가족 간 대화를 회복했다. 1만권 독서를 목표로 주말마다 책 읽는 습관을 들이면서 20년간 카이스트 Executive MBA 등 20개 대학의 최고위과정을 마쳤다. 현재 몸담은 INI 하버드 경영대 최고위과정 교육원도 여러 대학의 최고위과정을 거치면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인정받아 합류한 것이다.
명품 가문을 강의할 때 청중에게 꼭 당부하는 말이 있다. ‘먼저 부모가 본을 보이라’는 것이다. 자녀에게 바른 습관을 심어주려면 부모부터 올바른 습관을 지녀야 한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치 않다. 나도 습관을 바꾸는 데 5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렇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여정이다. 가정이 안정돼야 일에도 제대로 집중할 수 있기에 이는 부모의 사회생활에도 큰 도움이 된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번 책을 시작으로 ‘명품 OO의 법칙’란 제목의 책을 연달아 출간하려고 한다. 현재 ‘명품 국가의 법칙’을 집필 중이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유관순 등 위인의 삶을 조명하며 섬기는 리더십의 힘을 강조한다. 이후에는 ‘명품 기업의 법칙’ ‘명품 대학의 법칙’ 등을 펴낼 계획이다. 세계인에 영향을 끼치는 ‘기독 한류 대학’을 세우는 꿈도 꾸고 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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