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도의 나라’ 인도네시아는 수마트라, 자바, 술라웨시, 보르네오 및 뉴기니 일부 등 큰 섬을 비롯, 모두 1만7508개의 섬을 보유해 세계에서 6번째로 섬이 많은 나라다. 중세 때부터 ‘많은 섬들의 나라’라는 뜻의 ‘누산타라’로 불리다 네덜란드령 동인도 시대인 19세기부터 인도네시아라는 국명을 사용했다. 1850년대 영국인 조지 얼과 제임스 로건이 동인도 제도를 지칭하기 위해 인도의 어원인 라틴어 ‘Indus’와 섬을 뜻하는 그리스어 ‘nesos’를 합성했다. 인도네시아를 한자로 음차한 ‘인도니서아(印度尼西亞)’를 줄여 인니(印尼)로 약칭한다.
인도네시아 여행이라고 하면 대개 발리(Bali)를 떠올리지만 숨겨진 푸른 보석 같은 섬도 많다. 대표적으로 리아우 제도에 속하는 빈탄(Bintan)과 바탐(Batam)이다. 남중국해의 이국적인 풍광과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유지하는 원주민 마을, 야생동물과 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는 맹그로브 숲, 스노클링·카약·서핑 등 생생한 대자연과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여행지다.

특히 빈탄은 스포츠와 휴양의 천국으로 불린다. 새하얀 모래사장과 푸른 야자수가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며 액티비티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바탐 뽕구리 페리터미널에서 쾌속선으로 30분 리아우해협을 가로지르면 빈탄에 도착한다. 빈탄에는 럭셔리 골프 리조트부터 저렴한 게스트하우스까지 다양한 등급의 호텔과 리조트가 있다. 빈탄리조트는 철저히 관리된 사유지로, 투숙객과 허가받은 사람들만이 출입할 수 있어 한층 안전하고 평화롭다.
인생샷 핫플레이스를 찾는다면 ‘구룬 파시르 부숭(소금사막)&테라가 비루(블루 레이크)’가 제격이다. 빈탄을 찾는 여행객들이 가장 즐겨 찾는 인증샷 명소다. 황금빛 모래언덕과 에메랄드 빛깔의 호수가 신비롭다. 빈탄의 흙이 백색에 가깝게 밝고 강한 햇빛의 영향으로 청명한 색감을 띤다고 한다.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이곳은 과거 모래 채취를 위한 채석장이었다. 싱가포르가 1990년부터 7년 동안 모래를 가져다가 마리나베이 쪽의 땅을 간척하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폐광 뒤 수년간 사용하지 않은 모래가 사막과 같은 토루(土壘)를 형성했다. 현재 10㏊ 규모 남아 있다.
호수의 물은 민물과 바닷물이 섞여 있다. 과거 현지인들은 이 물로 소금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소금 맛이 입에 맞지 않아 중지한 뒤 사진 명소로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2017년부터 관광지로 개발됐다. 사막 끝에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인 블루 라군이 반긴다. 오전에 방문하면 호수 색깔이 더 잘 나온다. 이곳에서 독수리를 손에 올리고 찍는 사진이 유행이다.

빈탄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눈부시게 빛나는 백사장을 자랑한다. 소금사막에서 북쪽으로 직선거리 15㎞ 떨어진 곳에 2014년 개장한 ‘트레저 베이(Treasure Bay)’가 있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거대한 수영장 ‘크리스털 라군’으로 유명하다. 길이 1.6㎞, 넓이 6.3㏊(1만9000평), 수심 평균 2.5m, 최대 6m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크기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수영장이다. 바닷물을 끌어온 수영장에선 패들보드나 제트스키 등 각종 수상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주변 숙박시설도 다채롭다. 사파리를 테마로 한 글램핑 텐트 100개가 수영장을 따라 늘어서 있다.
제대로 된 바다는 빈탄의 동쪽에서 볼 수 있다. 화이트 샌즈 아일랜드(백사장 섬)이다. 우리나라 동해의 외딴섬 같다. 섬 바로 앞 바다 위에 ‘빈탄 니모 아일랜드’가 있다. 스노클링, 카약, 낚시 등 다양한 해양 레포츠를 한적하게 즐길 수 있다.

주변 바다에는 형형색색 열대어들이 헤엄친다. 물속에 들어가기만 해도 수족관을 만난다. 조류에 일렁이는 산호초에 자리 잡은 말미잘 속에 살포시 몸을 숨긴 흰동가리(아네모네 피시)가 고개를 내민다. 주황색 바탕에 하얀 띠를 두른 ‘니모를 찾아서’가 현실화된다. 그 주변에는 20~30㎝ 크기의 대왕조개가 패각을 여닫고 있다. 대왕조개는 현존하는 조개류 중 가장 큰 종으로 200㎏, 120㎝ 이상 성장한다고 한다.
수상가옥에 걸터앉아 바다낚시를 즐길 수도 있다. 그물망 해먹에 누우면 모든 근심·걱정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듯한 힐링을 느낄 수 있다. 섬을 떠날 때는 빈탄 제2의 도시인 탄중우반의 불랑링기 항구가 아름다운 저녁노을로 배웅해 준다.
여행메모
인천~바탐 제주항공 직항 6시간 반
빈탄에서 배타고 30분 ‘니모 섬’
인천~바탐 제주항공 직항 6시간 반
빈탄에서 배타고 30분 ‘니모 섬’

빈탄과 바탐은 저렴한 물가에 풍부한 관광자원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과거 싱가포르에서 1시간 동안 페리를 타고 많이 찾았지만 올해 하반기 제주항공이 인천~바탐 노선에 주 4회 직항운항을 시작하면서 더 가까워지고 편리해졌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매주 수·목·토·일요일 오후 5시45분에 출발해 바탐에 밤 10시30분에 도착하고, 바탐에서 밤 11시45분에 출발해 다음 날 오전 8시35분에 도착한다.
인도네시아는 비자가 있어야 입국할 수 있다. 바탐 항나딤공항에서 발급받는 도착비자는 50만 루피아(약 4만1000원)다. 인도네시아 화폐인 루피아와 미국 달러(35달러)로만 받는다. 연중 온화한 기온을 유지하지만 10월에서 다음 해 2월까지 우기(雨期)다. 한국과의 시차는 2시간이다.
바탐 갈랑바루섬에서 보트를 타고 서남쪽으로 20분 달리면 라노섬에 도착한다. '니모 아일랜드'는 빈탄리조트에서 차를 타고 1시간 정도 이동한 뒤 작은 보트로 갈아타고 30여 분 더 가야 한다.
바탐에서는 일몰을 보며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점보식당과 고급 한식당인 아리랑식당이 인기다.
빈탄(인니)=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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