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탄소 중립의 길, 전기 산업의 재발견

Է:2024-12-19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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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용(서울대 교수·화학생물공학부)


경제와 기술 발전의 핵심동력
AI와 데이터센터로 수요 폭발

그러나 화석연료 늘릴 수 없고
재생에너지 기술적 한계 있어

성장 동력의 기반 마련하려면
요금 현실화 위한 체계 구축과
전력산업 구조개편 선행돼야

전기는 현대인의 삶과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다. 인간 생존에 절대적인 물과 공기와 같은 지위를 부여받기도 한다. 가정에서는 조명, 냉장고, 에어컨, TV, PC 등 생활 편의와 직결되고, 이동수단인 전기차까지 활용되는 세상이 됐다. 산업 현장에서도 각종 기계장치, 컨베이어벨트, 관리시스템 등이 전기에 의해 작동한다.

전기는 경제와 기술 발전의 핵심 동력이 돼 왔다. 한전을 중심으로 한 독점적·중앙집중적 전력 시스템은 값싸고 안정적인 전기를 제공하며, 대한민국의 수출 중심인 제조업 성장과 선진국 진입에 크게 기여했다. 그래서 전력산업을 필수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유틸리티라고도 한다.

탄소중립 전환은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전기화를 추진하는 과정이다. 지난해 대한민국 최종에너지 중 전기 비중은 23%에 불과했지만 2050년에는 50%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며, 글로벌 트렌드는 이를 상회한다. 인공지능(AI) 활용 및 데이터센터 설립 붐은 전기 수요를 더욱 촉진한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수적이지만 간헐성 문제로 전력망 안정성에 도전 과제가 된다.

재생에너지는 낮과 바람이 좋은 날에는 전기가 넘치지만, 밤이나 공급이 어려운 시간대에는 산업 현장 운영에 한계가 있다. 시간, 지역과 무관하게 획일적인 전기요금은 비효율적이다. 겨울철 호빵을 데우는 전기와 초정밀 반도체 설비에 사용하는 전기요금이 동일할 것이라는 생각은 생뚱맞다. 해외에서는 일시적으로 남는 전기를 이용하면 전기요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전기요금을 받는 사례도 보고된다.

탄소중립 전환은 전력산업의 패러다임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태양광과 풍력발전 급증으로 과잉 전력 문제가 발생하며, 송전망 용량 부족과 전력 저장 기술 미흡으로 출력 제한이 빈번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그리드, 에너지 저장시스템(ESS), 분산형 전력망 기술 등 전력망의 디지털화와 탈중앙화를 동반한 대규모 투자가 요구된다. 지난해 전 세계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1000조원을 넘어 반도체 시장의 2배에 달해 국내 산업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스타트업 성장이 제한되고 기술 확산이 더딘 국내 시장 현실에서는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는 ‘남의 집 잔칫상’에 불과하다.

기술적 변화뿐만 아니라 전력산업 운영 체계에서도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다. 특히 한전의 만성적 적자와 전기요금 결정 과정의 정치화는 전력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요금 현실화는 필수적이며, 이는 전력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결 조건이다. 이번 정부가 약속한 독립적인 전기위원회를 도입해 합리적 전기요금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요금 결정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면 국민 신뢰를 기반한 정책 추진의 토대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전력산업 종사자의 직업 안정성과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 부담을 고려해 이해관계자 및 국민과의 적극적인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

전기요금 현실화는 전력산업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한국 전력산업의 구조 개편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이를 위해 발전, 송전, 배전, 판매의 각 단계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한전의 혁신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특히 판매 부문의 개방을 통해 기술 혁신과 경쟁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다양한 전기에너지를 저장하거나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섹터 커플링(Sector Coupling) 같은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새로운 기술 발전과 시장 창출의 가능성을 열 수 있다.

전통적인 전력망 중심의 산업은 이제 AI 기반 서비스, 첨단 전기·전자 기기 및 설비, 수요 반응 등을 아우르는 시스템 전기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전력산업의 구조적 개혁은 단순히 요금 현실화를 넘어 한국 경제와 전기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이러한 변화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과 경제 성장 동력의 기반 마련에 기여할 것이다. 계엄과 대통령 탄핵 등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과 정책적 혼란 속에서도 대한민국 리더십은 탄소중립과 전기산업 발전이라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윤제용(서울대 교수·화학생물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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