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석 원내 1당으로 입법권을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사실상 행정권까지 장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국무위원 탄핵 추진 명분까지 쥔 민주당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헌법재판관 임명 등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 범위까지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국정 주도권을 쥔 현재의 양상이 향후 민주당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은 ‘내란 특검’을 즉시 수용·공포해 특검이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협조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민석 최고위원도 “권한대행 총리에게는 인사권과 법률 거부권을 행사할 능동적 권한이 없다”며 “총리와 내각은 중립적으로 국회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가 전날 “직무대행은 현상 유지·관리가 주 업무”라고 밝힌 것의 연장선상이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탄핵까지 추진할 수 있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MBC라디오에서 “(국민의) 명령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한 권한대행 탄핵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현 정부 차원에서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저지한 사실상 유일한 무기였다. 그러나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 탄핵안 카드까지 내밀며 거부권의 방어력은 상당 부분 제약을 받게 됐다.
민주당은 헌법재판관 추가 임명에 대해선 한 권한대행이 권한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직 인사청문회가 열리지도 않은 상황에서 재판관 임명을 지체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오는 23~24일 실시하고 30일 임명동의안을 표결한다는 방침이지만, 여당은 “일정에 합의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안팎에선 이런 행보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국 혼란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지금은 경거망동하지 말고 조직적으로, 실수 없이 계엄 후 정국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월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고건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거부권을 행사했고,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을 임명했다”며 “거부권이나 임명권이나 다 대통령 권한 중 일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권한대행 체제는 이재명 섭정 체제가 아니다”며 “벌써부터 대통령이 다 된 듯 대통령 놀음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편 권 원내대표는 이날 이 대표에게 여야 대표 회담을 제안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한동훈 전 대표 사퇴로 권한을 대행하는 권 원내대표가 각 정당 대표를 예방하는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18일 오후 2시로 정해졌다.
이동환 송경모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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