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온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결국 자진 사임 의사를 밝혔다. 후임에 충성파를 지명한 트럼프 당선인은 곧바로 “미국 법무부의 무기화를 종식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다.
레이 국장은 11일(현지시간) FBI 직원 대상 연설에서 “내년 1월 현 행정부가 끝날 때까지 일하고 물러나는 것이 FBI를 위해 옳은 일이라고 판단했다”며 “이것이 FBI를 더 깊은 싸움에 끌어들이는 것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레이 국장은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7년 임명됐다. FBI 국장 임기는 10년으로, 레이의 퇴임까지는 아직 2년여가 남았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로부터 노골적인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트럼프는 지난달 자신의 최측근 충성파인 캐시 파텔 전 국방장관 대행 비서실장을 차기 FBI 국장으로 지명하며 레이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했다.
레이를 임명할 당시만 해도 “흠잡을 데 없이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고 칭찬했던 트럼프가 그를 내치게 된 것은 자신의 퇴임 뒤 벌어진 전방위적 수사 때문이다. FBI는 2021년 트럼프의 기밀문서 유출 수사를 시작으로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등에 대해 광범위하게 조사했다. FBI는 트럼프에 대한 조사뿐 아니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의혹, 차남 헌터의 총기 불법 소지 의혹 등도 조사하면서 정치적 균형을 잡으려 했지만 트럼프의 분노를 피해 가지는 못했다.
레이의 조기 사임으로 FBI의 정치적 중립도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는 2017년에도 레이의 전임자인 제임스 코미 국장을 임기 중간에 해임했다. 트럼프 첫 임기 전까지 FBI 108년 역사에서 중도 해임된 국장은 1993년 윌리엄 세션스 1명뿐이었다. 특히 트럼프가 새 국장으로 지명한 파텔은 FBI 고위직과 언론인 등에 대한 숙청을 공개적으로 주장해온 인사여서 향후 FBI가 정치적 공방으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이날 악시오스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가 자신의 며느리 애머릴리스 폭스를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으로 천거했다고 보도했다. 케네디 주니어 지명자는 큰아버지인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부친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암살에 CIA가 관여했다는 음모론을 신봉하고 있다. 며느리를 CIA 부국장으로 미는 것도 이 같은 음모론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는 게 공화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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