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줍는 어르신을 아티스트로… “일자리 만족하실 때 감사”

Է:2024-12-1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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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쎄오 열전] <43>
신이어마켙 스토어 운영
심현보 아립앤위립 대표

심현보 아립앤위립 대표가 서울 강동구 사무실에서 어르신 손 그림으로 제작한 제품을 들고 회사 운영 방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은정 기자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제품을 선한 마음으로 한 번쯤 살 수는 있다. 그러나 쓰임새나 품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구매가 이어지긴 어렵기 마련이다. 폐지 줍는 어르신이 그린 그림으로 펜과 달력, 머그잔 등 문구나 생활용품을 제작·판매하는 신이어마켙을 이끄는 심현보(33) 아립앤위립 대표가 “사람들이 좋은 일 하려고 우리 물건을 사진 않길 바란다”고 말하는 이유다. 지난달 21일 서울 강동구 사무실에서 심 대표를 만나 신이어마켙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르신 빛나는 일자리 위해

신이어마켙은 어르신 11명과 MZ직원 9명이 함께 만들어 간다. 신이어는 시니어(Senior)라는 표현을 모르는 어르신 발음을 살려 붙여진 브랜드명이다. 회사 최고령은 91세, 가장 어린 직원은 22세다. 특히 2019년 9월 여든에 가까운 어르신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심 대표는 “어르신 일자리 창출과 세대 간 소통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한 달간의 설득 작업을 통해 정규직으로 모셨다”고 귀띔했다.

4년 차인 신이어마켙은 1년에 50곳에 달하는 외부 업체와 협업할 정도로 주목받고 있지만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망하기 직전 상태였다. 심 대표가 회사를 설립한 건 8년 전이다. 기획, 마케팅 등 직장 생활 3년 차에 창업을 꿈꾸던 중에 소일거리로 폐지 줍는 친할머니와 그 주변 어르신들의 현실을 목격해 마음이 동했다.

“무릎 수술 재활차 산책하시던 할머니께서 폐지를 줍는다는 것을 알게 돼 가족들이 뜯어말렸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할머니 친구분 중에는 생계를 위해 그 일을 하고 있으시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선한 영향력’ 창업했지만…

어르신과 젊은 직원이 2022년 10월 2일 노인의날을 기념해 열린 팝업스토어에서 기념 촬영을 한 모습. 아립앤위립 제공

막상 사업은 시작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아르바이트하면서 홀로 4년간 회사를 꾸려나가며 신이어마켙 브랜드를 만들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선하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확인했다. 첫 협업 제안을 해준 기업 관계자를 만난 곳부터가 한 크리스천 기업 모임이었다. 신이어마켙이 큰 매출을 내게 됐던 우연한 계기도 마찬가지다. 2년 전 한 커뮤니티에서 ‘할머니들이 그린 그림으로 만든 달력인데, 의미도 좋고 너무 귀엽다’며 한 네티즌이 올린 글 덕분에 절기 달력이 목표 물량인 200부에 6배에 달하게 팔려나간 것. 심 대표는 “주문이 계속 들어왔지만 내년도 일정에 차질을 생길 거 같아 더는 주문을 받을 수 없었다”고 했다.

어르신 손 그림이 젊은이들에게 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 대표는 ‘따수움’이라고 설명했다. 따뜻함과는 다른, 은은하게 전해지는 온기라는 것이다. 그는 “시니어 직원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사람들이 위로받길 바란다”고 했다.

기다림 지나 ‘따수움’ 위로

어르신의 손 그림과 글씨가 디자인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다른 것보다 곱절의 시간이 걸린다. 손 그림과 글씨를 디지털화한 뒤 디자인하는 작업을 거치고, 온라인 펀딩을 거쳐 상품으로 제작해 수익화하기까지 과정을 지켜보며 심 대표는 물론 어르신들도 보람과 뿌듯함을 느꼈다. 심 대표는 “우리가 일상에서 만난 어르신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통해 삶이 변화되고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감사하다”고 했다.

신이어마켙에 출근하는 시니어 직원들은 심 대표를 ‘교장 선생님’, 다른 직원들을 ‘선생님’으로 부른다. 그들에게 글씨와 그림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심 대표는 “더 귀엽게 보이기 위해 어르신들의 그림에 손대지 않고, 맞춤법이 틀려도 고치지 않는다”며 “보기 좋아지라고 작품을 보완하지 않는 것은 존중의 의미이기도 하다”고 했다.

대기업 협업 활발…“하나님 기업 되길”

회사가 과거 출시했던 키링, 노트커버·카드지갑. 아립앤위립 제공

신이어마켙은 카카오 씨유 다이소 스킨푸드 배달의민족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과 협업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6·25 참전용사와 함께 만든 정전 70주년 기념품이다. 심 대표는 “서울북부보훈지청과 함께 한 사업엔 1900%에 달하는 역대급 온라인 펀딩 금액이 모였다”며 “빈곤 노인 외에 또 다른 영역의 어르신을 위한 새로운 시도였다는 의미도 있었다”고 말했다. 참전용사 어르신들과 4주간 만나며 ‘이제 곧 세상을 떠날 90대 노병이 열아홉 스무 살 청춘을 바쳐 열심히 싸웠다는 것을 세상이 기억해주길 바란다’는 그들의 바람을 모자와 티셔츠, 키링에 담아 세상에 알렸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심 대표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마음을 늘 품고 살았다. 창업할 때 사회적 기업을 염두에 둔 것도 그래서다. 그는 신앙의 멘토인 아버지와 마음의 투자자로 자신을 응원하는 가족, 식구로 칭하는 직원과 함께 선한 기업으로 남길 소망했다.

“막연하게 하나님이 일하시는 기업이 되길 바랐고, 여전히 그 길을 찾아가는 중이에요. 물론 그 과정이 힘들고 지칠 수 있겠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우리만의 속도대로 성장하길 기도합니다. 우리 브랜드를 접하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이 은연중에 퍼져 나갔으면 좋겠고요.”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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