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끌어들인 예능 콘텐츠들이 활발하다. 이전까지는 야구, 축구 등 ‘국민 스포츠’라 불리는 종목 중심이었다면, 요즘은 풋살, 철인3종에 럭비까지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출발은 야구와 축구부터였다. 상대적으로 규칙이 쉬운 데다 탄탄한 팬덤까지 받쳐줘 손쉽게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야구 예능의 최강자로 꼽히는 ‘최강야구’는 직관 경기 매진에 시즌3까지 제작되는 등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내년 티빙에서 공개될 ‘최강야구 스핀오프’(가제)까지 준비 중이다.
축구는 비선수 출신 연예인들이 축구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은 ‘골 때리는 그녀들’이나 ‘뭉쳐야 찬다’ 같은 형태에서, 은퇴한 레전드 축구선수들이 다시 모여 공을 차는 방식으로 기획이 달라지고 있다. 미숙한 출연자의 성장 서사에서 탈피해 조금 더 ‘진짜’ 축구에 주목하며 은퇴한 선수들의 팬까지 끌어안는 방식이다.
지난 10월 KBS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시작한 ‘뽈룬티어’는 이영표, 정대세, 김영광 등 레전드 축구 스타들과 일반인 동호회 팀이 풋살 대결을 펼치고, 승부 결과에 따라 상금을 기부하는 형식을 시도했다. 최근 첫 방송을 시작한 쿠팡플레이 ‘슈팅스타’는 은퇴한 레전드 축구선수들이 박지성 단장, 최용수 감독과 함께 신생구단 ‘FC 슈팅스타’를 창단하고 다시 한번 K리그 현역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았다. FC 슈팅스타는 K4리그 소속 8개 팀과 승강제 시스템 안에서 진정한 승부를 겨룬다. 웃음기 쫙 뺀 축구 예능인 셈이다.
비인기 종목도 소재로 다뤄지면서 ‘스포츠 예능’ 외연이 확장하고 있다. 지난달 종영한 tvN ‘무쇠소녀단’은 여배우 4명이 철인3종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았고, 오는 10일엔 넷플릭스에서 ‘최강럭비: 죽거나 승리하거나’가 공개된다.
스포츠엔 땀 흘리며 성장하고, 치열하지만 공정하게 경쟁하는 서사가 있다. 스포츠는 타인과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결국 자기 스스로와의 싸움이다. 자기 계발, 성장, 공정, 이런 키워드에 흥미를 느끼는 젊은 세대에게 스포츠가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런 스포츠의 특성 때문에 종목을 변주한 스포츠 예능들이 끊임없이 제작되고 있다고 봤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3일 “요즘 젊은 세대는 운동, 자기 몸에 관심이 많아서 스포츠 콘텐츠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OTT, 유튜브 등에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아 상대적으로 피로감이 덜한 스포츠 경기를 찾는 분위기도 있음을 고려하면, 콘텐츠 소재로 스포츠를 사용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스포츠 예능은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담긴 콘텐츠이기도 하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운동경기는 다수의 대중이 선호해서 ‘국민 소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그 안에 긴장감이 있는 이벤트도 있다”며 “경기를 만들어가는 과정, 훈련하고 분투하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기도 한다. 스포츠 예능이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라고 짚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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