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 사역, 어린이 사역을 계획할 때 너무 단기적인 안목으로 뿌리고 거두는데 열중하는 조급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라게 하시고 또 열매 맺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다음세대를 위해서 꾸준히 헌신하고 섬기며 아이들이 예수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씨 뿌리는 역할에 충실했으면 좋겠습니다. 뿌려진 씨앗이 어디에 가서 어떻게 열매 맺을 것인지 그건 또 그분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서울 은평구 광현교회 서호석(65) 목사는 ‘다음세대를 위해 씨 뿌리는 목회’를 말했다. 광현교회는 ‘월화수목금금금’ 아이들 웃음소리가 마르지 않고 끊이지 않는 교회다. 1층에 들어서면 카페와 더불어 구립 광현어린이집이 있다. 미취학 아동들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돌봄을 받는다. 교회 2층은 초등학생들을 위한 광현지역아동센터 교실이다. 지난 26일 찾은 이곳에선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 수십명이 방과 후 수업을 받고 있었다. 교실 옆 담임목사실에서 서 목사와 마주 앉았다. 교회가 진행하는 다음세대 사역이 다종다양하므로 서 목사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어린이집에 이어 초등학생을 위한 지역아동센터와 더불어 중·고등학생을 위한 구립 광현청소년지역아동센터가 지하 1층에 있습니다. 별도로 녹번종합사회복지관을 위탁운영합니다. 복지관이니까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어린이 합창단이 구성돼 공연을 준비 중입니다.
교회 안팎의 아이들로 오케스트라가 구성돼 마을의 중요 행사에서 공연을 펼칩니다. 토요일에는 무지개학교가 열립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건 예배당에서 열리는 풋살 수업이고요. 역사 탐방도 꾸준히 이어온 인기 프로그램입니다.”
서 목사는 2013년 지금의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의 광현교회에 부임했다. 이전엔 서대문구 연세대 앞의 창천교회 담임이었다. 대학가의 역사 깊은 감리교회 담임일 때는 몰랐는데, 이제는 안다. 청년들이 몰리는 대학가 교회는 목회를 잘해서 젊은 세대들이 많은 게 아니라, 전국 각지의 지역 교회에서 성도들의 눈물과 기도로 자라온 학생들이 서울로 올라와 대학을 다니며 출석해 모이게 된 것을 말이다. 누군가 눈물로 씨앗을 뿌렸기에 훗날 거둘 수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제 서 목사는 성도들과 함께 먼저 씨 뿌리는 목회를 하자고 되뇐다.
“교회 근처에 초중고가 10곳입니다. 인구는 5만여명, 청장년 세대가 많고 홀몸 어르신들도 많은 데 모일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교회가 마을 전체에 공간을 내주게 된 것입니다. 10여년 전 제가 왔을 때 비해서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저출생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서 목사를 따라 3~4층 예배당으로 올라갔다. 정식 명칭은 다목적비전홀이다. 평일엔 배드민턴 동호회와 풋살 수업이 펼쳐지는 체육관이고, 또 오케스트라 공연과 주민 총회가 열리는 음악홀이다. 주일엔 접이식 의자를 깔고 서랍식 강단을 끌어내면 십자가와 강대상이 있는 예배당으로 변신한다. ‘예수님과 함께 춤을, 이웃에게 사랑을’ 광현교회의 비전이 현수막으로 걸려있다.
지하 1층은 구립 광현청소년지역아동센터다. 동네 중·고등학생들의 아지트다. 숙제를 하고 통기타나 베이스기타를 다루고 원하면 현악기나 관악기도 배울 수 있다. 플루트 소리를 따라 음악연습실 글로리아홀에 들어서니 한 여고생이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아동 청소년 누구나 동네가 키우는 ‘쥬빌리 오케스트라’ 멤버가 될 수 있다. 오케스트라 단장도 맡고 있는 송재화(53) 청소년지역아동센터장은 “센터가 교회 안에 있어 아이들이 성도들로부터 따듯한 눈길을 받고 때론 함께 기도도 드리며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서 목사는 다음세대를 위한 마을목회의 조건으로 현장성을 강조했다. 그는 “내가 가지고 있는 목사로서의 목회 철학을 어디 가서 예쁘게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서 있는 현장에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내 목회 철학이 중요하지 않고, 하나님이 필요로 하는 현장의 사역을 교회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중고 10곳에 둘러싸인 교회 환경 속에서 다음세대를 돌보는 건 필연이었으며 마을 현장의 요청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임함으로써 교회 규모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목사가 하고 싶은 목회가 아니라 현장이 필요로 하는 목회, 서 목사는 거기에 주목하자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성장 위주로 지내오다 보니 이른바 모방(Imitation) 목회가 많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모범은 이미테이션이 아니고 인카네이션(Incarnation) 즉 성육신입니다. 다른 데서 뭐가 좀 잘 돼서 모인다는 프로그램을 모방하지 말고, 그 지역 속에 현장 속에 녹아 들어가야 합니다. 목마름이 있는 현장에서 말씀이 육신이 된 교회를 꼭 필요로 할 것입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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