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주보호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대책으로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을 개정을 추진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8일 인터뷰 등을 통해 이런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번 정기국회 내에 (상법 개정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공언하면서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에 여지를 남겼다.
최 부총리는 KBS 라디오에 출연해 “상장사의 합병이나 물적분할과 관련해 주주를 보호하는 규정은 주로 자본시장 법령에 있다. 조만간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법 개정에 관해서는 “법체계상 문제라든지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이라든지 많은 논란이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금감원장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자본시장법 개정이 더욱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법 개정 논의는 상장법인의 합병, 물적 분할 등을 발단으로 시작했는데 자본시장과 관련성이 상당히 낮은 기업 모두에 적용되는 방식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연일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 현장 간담회를 열고 상법 개정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 도움이 된다며 추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리스크가 완화되고 주식시장의 공정성이 보장되면 (코스피) 주가지수가 4000은 충분히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다만 “자본시장법 핀셋 개정으로, 특정 규제만으로 가능하다면 굳이 상법을 개정하지 않고 양보할 수 있지만 정무위원회에 맡겨놓으면 국회 임기가 끝날 때까지 논의만 할 가능성이 99.99%”라며 자본시장법 개정 가능성도 열어뒀다. 민주당은 다음 달 4일 상법 개정과 관련해 재계가 참여하는 공개토론을 한다.
주주보호를 위한 사단법인 단체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자본시장법 개정 주장에 “개악이자 퇴행”이라고 반발했다. 천준범 포럼 부회장은 “지난 30년 동안 일감 몰아주기, 부당 합병 등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법을 만들면서 땜질식 처방을 해 왔다”며 “이번에 또 땜질하면 구멍이 다시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법 개정을 촉구하는 긴급성명을 냈다. 성명에는 학계와 법조계, 국내외 기관투자가 109명이 이름을 올렸다. 슈로더와 피델리티,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글로벌 기관과 강성부 KCGI 대표와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대표 등이 참여했다. 유튜브에서 경제 채널을 운영하는 김도윤 김작가TV 대표, 이동표 신사임당 대표 등도 동참했다. 이들의 합계 구독자는 약 800만명이다.
이광수 장은현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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