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래커 시위

Է:2024-11-2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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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세욱 논설위원


담벼락 낙서라는 의미의 ‘그래피티’ 어원은 ‘긁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그라피토’다. 래커칠 위주인 현대적 그래피티는 1960년대 미국 필라델피아 갱들이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사용하면서 등장했다. 이후 70~80년대 미국 슬럼 문화가 됐다. 미국 사회운동가 키스 해링과 영국 화가 뱅크시는 인종차별·전쟁 반대 등 공익 이슈를 담아 그래피티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길거리나 건물에 함부로 낙서하는 건 엄밀히 말해 범죄행위다. 가끔 지자체가 주관하곤 하지만 대부분 나라에서 그래피티는 허용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경복궁 담장에 낙서한 10대들은 4000원짜리 래커 페인트를 동원했다가 1억3000만원의 손해배상 처벌을 받았다. 래커는 시위에도 많이 활용되지만 전문 시위대들은 교체하기 쉬운 보도블록이나 유리에 칠하거나, 지우기 용이한 수성 래커를 사용하며 배상 시비를 피한다.

최근 동덕여대 래커 시위가 논란이다. 학생들이 전문 시위꾼이 아니어서 그런지 아마추어티가 물씬 풍긴다. 동덕여대생들은 ‘남녀공학 전환’ 반대를 명분으로 길바닥, 벽 할 것 없이 교내 곳곳에 잘 지워지지도 않는 유성 래커 낙서를 했다. 학교 측은 복원 비용을 최대 54억원이라 추산했고 “학교가 (학생) 대신 내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낙서 규모로 봐선 배상액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생각이다.

2021년 2월 환경운동가들이 두산중공업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비판하며 본사 건물에 래커 시위를 했다. 대법원은 지난 5월 이들의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동덕여대생들이 반길 법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들이 수성 래커를 사용했고 시위 후 상당부분 닦아낸 게 면죄부의 이유였다. 반면 대법원은 지난 3월 유성 래커를 사용하고 낙서를 지우지 않은 사건에 대해선 벌금형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분노한 학우들의 자발적 행동”이라며 배상 문제를 외면하는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듯하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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