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방] 전통·변화 함께 있는 진보초 서점가

Է:2024-11-3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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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화 출판평론가


일본 도쿄 간다진보초는 170~180여개의 고서점이 있는 거대한 책의 거리다. 이곳에 잠시 다녀왔다. 필자가 쓴 ‘동네책방 생존탐구’가 2022년 일본에서 번역 출간됐으나 팬데믹 와중이었다. 늦었지만 일본 독자와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고, ‘서점은 죽지 않는다’의 저자 이시바시 다케후미 선생이 사회를 맡아 주기로 했다. 일본어판 ‘동네책방 생존탐구’의 해설을 써준 인연이었다.

덕분에 이시바시 선생과 데주카야마 가쿠인 대학의 이나가와 유키 교수와 함께 진보초의 서점을 돌아봤다. 이시바시 선생은 제일 먼저 ‘우치야마 서점’을 소개했다. 1917년 우치야마 완조 부부가 상하이에서 시작한 서점이다. 1935년 동생인 가키치가 도쿄에서 같은 이름으로 서점을 열며 중국에서는 일본책을, 일본에서는 중국책을 취급했다. 진보초에는 100년이 넘은 서점이 여럿 있지만 그중 우치야마 서점이 남다른 이유가 있다. 우치야마 상하이 서점이 일본과 중국 문화인들의 살롱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창업자인 우치야마는 루쉰과 돈독한 우정을 맺었고, 물심양면으로 루쉰을 지원했다. 이어 간다고 서적센터 3층에 있는 동식물 전문 ‘도리우미 서방’과 5층의 어린이 책 전문 ‘미와 서방’ 등을 돌아봤다. 모두 진보초다운 고서점이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파사주 바이 올 리뷰스’. 진보초와 어울리지 않는 유럽풍 인테리어를 갖춘 셰어형 서점이었다. 서점, 출판사, 개인이 책장을 빌려 각자 서점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임대료는 책장에 따라 다른데 대략 한 달에 5500엔 선이다. 유명 불문학자인 가시마 시게루의 아들인 유이 로크로가 운영한다. 파사주에는 유명인사들이 대거 입점해 오랫동안 소중하게 간직한 책이나 소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책장마다 큐알코드가 있어 책장 주인과 도서 정보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개인이 재고를 관리하고, 판매하는 모든 과정을 웹으로 구축한 것도 남달랐다. 하지만 필자에게 파사주는 일본 서점의 변화를 알리는 상징으로 읽혔다. 일본 역시 전통적인 방식으로 서점 운영이 어려우니 파사주는 책장 임대 수익으로 서점을 운영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2024년 3호점인 ‘파사주 솔리드’도 오픈했다. 임대료가 비싼 야스쿠니 거리 쪽에 입점했다. ‘파사주 솔리드’는 서가의 30% 정도만 셰어형 서점으로 운영하는 서점 모델이다. 책이 덜 팔리는 만큼 책방 일부를 임대해 기존 서점을 유지하는 실험적 서점이다. 향후 체인화가 시도될 터였다. 동행한 이들이 “한국에도 파사주가 생길 것 같냐”고 질문할 만큼 일본 내에서 관심이 집중되는 서점이다.

그날 북토크에서 이시바시 선생은 “일본은 서점이 줄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서점이 늘었다는데 정말이냐”고 물었다. 동네책방이 소폭 증가한 게 사실이니 호기롭게 답했다. 하지만 진보초의 즐비한 전문서점과 파사주의 모색은 한국에서 온 내게 귀한 공부거리였다. 양국의 서점은 이렇게 서로를 궁금해하며 어려운 시절을 헤쳐갈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미화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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