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경의 에듀 서치] 깜깜이 입시 안중에 없는 당국… 사교육 컨설팅, 그 틈을 노린다

Է:2024-11-27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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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컨설팅 리포트 ①

게티이미지뱅크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대학별 수시 전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수험생에겐 공교육 12년의 결실을 보는 시간입니다. 현행 대입 제도는 고3 수험 기간 내내 다양한 선택을 요구합니다. 인생을 좌우할 만한 어려운 판단을 내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옆에서 이를 지원합니다. 사교육 컨설팅에 만만찮은 금액을 내기도 합니다. 교육 관료들은 어수룩한 학부모의 불필요한 지출로 치부합니다. 사교육 컨설팅 업체의 불안 마케팅을 탓하기도 하죠. 하지만 학부모들은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허투루’ 쓸 만큼 어리석지 않습니다. 대입 제도를 겪으면서 입시 컨설팅에 돈을 쓸 수밖에 없다는 걸 인식하게 된다는 진단이 정확할 겁니다.

여유가 있으면 돈을 더 쓰고, 없으면 덜 쓰는 문제가 아닙니다. 부모의 경제력 차이가 정보 격차를 만들고 이 격차가 입시에서 유의미한 결과로 나타나도록 제도가 만들어져 있는데,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게 진짜 문제일 겁니다. 수험생 중심 입시 행정이 아니기 때문인데, 여기에 ‘보신 행정’과 ‘소극 행정’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대입은 내년 2월 말까지 이어지는 장기 레이스입니다. 합격증을 받아 입시 절차를 끝낼 때까지 수험생들은 줄곧 불확실성에 시달립니다. 대입 제도가 만들어낸 불확실성 때문에 사교육이 그 결실을 취하는 구조입니다. 3회에 걸쳐 실태와 해법을 짚어보겠습니다.

정시 최고 중요자료 ‘9월 모의평가’
수시 원서 접수 마친 뒤 성적표 나와
표준점수 알 길 없는 학생·학부모들
컨설팅 업체 유혹에 울며겨자 처지

① 사교육 컨설팅 첫 대목 ‘수시 원서’

입시 사교육 컨설팅 업체 입장에서 첫 번째 대목은 수시 원서 접수를 앞둔 시기입니다. 현행 대입은 수험생에게 여섯 번의 수시 지원 기회를 줍니다. 과거처럼 배치표를 펼쳐놓고 ‘대충 이 정도 대학에 원서 내면 되겠네’라는 식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정시에서 합격 가능한 대학 수준을 파악하는 게 먼저입니다. 수시 원서를 쓰는데 뜬금없이 정시 얘기가 왜 나오는지 의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수시에서 한 군데라도 합격하면 정시 지원 기회는 박탈됩니다. 수능을 아무리 잘 봤어도 소용없습니다. 통상 이를 ‘수시 납치’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수시 원서를 쓸 때 정시 합격선을 가늠해보고 상향 지원할 대학이나 안정적으로 합격 가능한 대학 등으로 구분해 원서를 쓰게 됩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최저기준) 충족 가능성도 파악해야 합니다. 대학들은 수시에서 여러 요소를 평가해 합격자를 가립니다. 내신 성적 위주라면 학생부교과전형, 학생 잠재력을 전반적으로 살핀다면 학생부종합전형입니다. 다수의 대학은 이런 다양한 요소를 평가하면서 이와 함께 일정 수준 이상의 수능 성적을 요구합니다. 이를 최저기준이라 부릅니다. 대학들이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거르려고 설정한 일종의 안전판입니다. ‘국어 수학 영어 등급의 합이 7 이하’같이 돼 있습니다. 최저기준을 충족 못하면 다른 요소에서 경쟁력이 있어도 탈락합니다. 소중한 지원 기회를 낭비하지 않으려면 최저기준 충족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야 합니다.

결국 몇 달 뒤 받게 될 수능 성적을 예측하도록 강요하는 겁니다. ‘기본 실력이 있으면 상관없는 일’이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수능은 서열이 중요한 상대평가입니다. 내가 잘해도 남이 더 잘하면 서열은 밀립니다. 그리고 서열에 영향을 줄 변수는 다양합니다.


올해처럼 n수생 유입이 많으면 더욱 그렇습니다. 수능 응시자의 30%에 달하는 n수생의 실력에 따라 등급이 달라질 수 있고, 수시 지원의 기준이 되는 정시 합격선도 출렁입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불확실성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기 쉽습니다. 참고 자료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6월과 9월에 치르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주관 모의평가가 있습니다. 줄여서 ‘6모’ ‘9모’로 부릅니다. 두 시험은 대입 전반에서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n수생도 일부 참여하므로 수험생들은 실제 수능에서 자신이 받을 성적을 가늠해보고 이를 통해 수시 원서 6장을 구성할 때 기초 자료로 활용합니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모의평가를 통해 불확실성을 줄여줄 생각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매년 같은 일이 반복되는데, 올해 입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올해 두 시험은 지난 6월 4일과 9월 4일 치러졌습니다. 수시 원서접수는 지난 9월 9~13일 진행됐죠. 6모 성적은 수험생이 활용 가능합니다.


하지만 9모는 아닙니다. 황당하게도 9모 성적표는 수시 원서접수가 다 끝난 10월 2일에야 나왔습니다. 수험생들은 9모 가채점 결과, 즉 정답을 맞힌 문항의 배점을 합산한 원점수만 수시 지원 때 활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작 원점수는 대입에서 쓰이지 않습니다. 실제 입시에선 서열을 보여주는 표준점수와 등급, 백분위를 활용합니다. 통상 6모보다 9모에 n수생이 많이 참여하므로 데이터 가치는 9모가 더 큽니다. 실제 수능 성적에 가까운 데이터란 얘기입니다. 학교 진학 파트의 도움을 받든, 각종 입시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취합하든 원점수를 표준점수와 등급, 백분위로 변환하는 작업은 ‘수험생 각자 알아서 할 일’입니다. 원점수만으로 n수생 변수 등을 고려해 응시자 전체에서 자기 위치를 찾아내야 하는 ‘킬러문항’을 던져놓은 것입니다.

바로 그 틈을 입시 컨설팅이 파고듭니다. 저마다 축적된 데이터와 분석 노하우를 자랑하며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현혹합니다. 자녀 앞날이 달린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니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합니다. 특히 등급 커트라인 언저리에 있는 수험생과 학부모가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갑이 열렸다면 이제 시작입니다. 사교육 맛을 봤으니 벗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이후에도 돈을 쓸 수밖에 없도록 제도가 설계돼 있으니까요. 입시 컨설팅의 실제 효과는 부차적 문제입니다. 핵심은 사교육 컨설팅의 말발이 먹히는 환경을 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수능 후 본격적으로 벌어지는 입시 컨설팅의 ‘두 번째 대목’은 다음 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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