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과학계의 오랜 병폐로 지적돼온 ‘우리끼리 연구’ 문화를 버리고 해외 우수 연구자와의 글로벌 개방형 연구·개발(R&D)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민간 ‘기술사업화 전문회사’를 육성해 그간 관 주도의 밀어내기식으로 기술사업화가 이뤄지던 관행을 벗겠다고 선언했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은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윤석열정부 후반기 과학기술분야 5대 개혁방향’ 브리핑을 열고 “국가 과학기술 혁신 생태계를 선도국형, 선진국형, 강대국형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개한 5대 개혁방향은 대학 등 공공연구부문의 개선, 선도형 기초연구로의 전환, 글로벌 과학기술 협력, 기술사업화 시장 육성, R&D 매니지먼트 선진화 등이다.
5대 개혁방향은 한국의 과학기술 혁신시스템을 두고 공통적으로 지적돼온 약점들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마련됐다. 정부가 대학부설 연구소들의 융합 연구 지원을 위해 추진하는 ‘국가연구소 2.0’ 사업은 기존 출연연구소들이 물리적, 제도적, 문화적으로 ‘사일로(섞이지 않는 배타적 관리 체제)화’됐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또 기초연구 지원은 연구자의 나이와 경력을 기준으로 삼던 데서 나아가 연구 자체의 성장 단계를 고려하기로 했다.
정부는 한국 과학계의 ‘닫힌 생태계’를 극복하는 데에도 개혁의 방점을 찍었다. 박 수석은 “글로벌 R&D는 우리나라가 가진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고, 게임체인저 분야에서 선두그룹과 나란히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연구 개방성을 추구하면서 올해 국제공동 R&D 규모는 지난해의 4배를 넘어섰다. 한국은 내년부터는 유럽연합(EU)의 국제공동연구 플랫폼인 ‘호라이즌 유럽’에도 참여한다.
연구개발 성과의 기술사업화에 시장 메커니즘을 적용하는 방안도 강조됐다. ‘팔릴 만한’ 지식재산권(IP)을 내게 하고, 경쟁 구도를 도입해 보상과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기술사업화 전문회사를 집중 육성, 많은 수익을 내게 하겠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기술사업화 시장이 활성화하면 민간 금융자본이 유입돼 공공연구부문발 유니콘 기업이 속속 등장할 것”이라며 “수백, 수천 배로 회수된 자본이 다시 테크 스타트업에 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기술의 시장화 중시가 곧 기초연구 지원 등한시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칼같이 무엇은 ‘기초’고, 무엇은 ‘돈 되는 것’이라고 나눌 수가 없는 세상”이라며 “기술사업화 기조를 더 강조한다고 해서 기초연구가 위축되는 ‘제로섬’ 관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가 역점을 둔 인공지능(AI), 첨단바이오, 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 역시 기초연구에서 바로 기술이 나온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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