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새벽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페루·브라질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참모들로부터 밀린 국내 현안을 보고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달 초 공언한 인적 쇄신과 관련해 구체적인 인재 물색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의 남미 순방 이전부터 분야별 인재 목록을 작성하고 일부는 검증도 시작했다.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았던 강기훈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과 관가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장수 장관’들 교체로 연내 중폭 이상의 개각이 단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달 초 “임기 반환점을 맞아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의 면모를 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새 국무총리 후보로는 6선인 주호영 국회 부의장, 5선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3선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호남 출신인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 등이 거론된다.
윤 대통령의 임기 초 임명됐던 장관도 다수 교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대상으로 언급된다. 재직기간이 2년을 넘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교체 가능성이 큰 것으로 거론된다. ‘트럼프 2기’ 출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외교·안보 라인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내부 쇄신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용산 개편이 장관 교체에 앞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인재 풀 물색에 착수한 단계라면서도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은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킨 강 행정관의 사표는 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 행정관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한 이른바 ‘한남동 라인’ 중 한 명이다. 강 행정관 사의를 참모진 개편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윤석열정부 후반기를 책임질 인사들 인선 기준으로는 정책 추진 능력, 그리고 국제적 감각이 꼽힌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가 ‘4+1 개혁’(연금·노동·교육·의료 개혁, 저출생 대응)의 성과를 낼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취임 이후 대내외 여건 변화에 철저히 대비할 때라는 점도 연일 강조되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새 인재들에 대해 “양극화 타개와 4대 개혁 완수라는 국정 기조, 트럼프 내각 출범에 맞물린 대내외 환경 변화와 부합하는 인물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인사 시기는 조금 유연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예산안 통과 시점까지는 구체적 인사가 어렵고, 윤 대통령도 장관들에게 ‘연말까지의 개혁 성과’를 당부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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