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세계자살유족의 날

Է:2024-11-22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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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목회사회학 교수


‘세계자살유족의 날’이 있다. 매년 11월 셋째 주 토요일이다. 올해는 23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날을 자살유족의 날로 지키고 있다. 이 하루 자살유족들을 돌아보길 바란다.

유족들은 보통 미안한 감정과 함께 죄책감, 분노, 애통의 감정을 갖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적 낙인에 시달린다. 가족을 잃은 그들은 위로보다는 상처에 더한 상처를 입는다. 가장 처음은 경찰 조사다. 그 자리에서는 유족이라기보다 잠재적인 피의자 신분이 되고 만다. 경찰 조사가 끝나면 장례식이다. 장례식을 치러야 하는지부터 시작해 사인을 무어라 해야 하는지도 고민이다. 얼마나, 누구에게 부고를 보내야 하는지도 문제다.

그리고 교회에 알리면 장례 여부가 교회에서 논란이 된다. 자살한 자가 구원을 받았는지, 자살한 자에 대한 장례를 교회가 치러주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난다. 가족의 죽음, 그것도 자살이라는 가장 비극적 형태의 죽음을 마주한 가족은 그 순간 하나님의 위로가 절실하고, 함께했던 교회의 함께함이 필요하다. 그런데 교회는 그때부터 그 가족을 앞에 두고 이런 다툼을 시작한다. 대부분의 유족이 이 순간 교회를 떠난다. 평생 한 교회에서 신앙의 형제요 자매로 지냈는데 교회가 장례를 거부하고 ‘지옥’이라는 저주를 내어놓고 떠나면 그 교회에 있을 수가 없다. 이렇게 많은 유족은 교회를 떠나고 하나님을 떠난다. 전에 유족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데 처음 참석한 분이 하신 말씀이 마음에 남는다. ‘평생 다닌 교회에서도 장례를 거부했는데 라이프호프가 한국교회를 대신해 함께 예배드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에 필자가 대표로 있는 라이프호프에서 유족을 위해 카페를 빌려 음악회를 열고 다과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옆에 계신 중년 남성에게 다음에 무얼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영화를 보자는 것이었다. 그는 청년이 된 딸을 보냈다. ‘제가 영화를 참 좋아했어요. 그런데 딸이 그렇게 되고 나서는 영화관을 못 가겠어요. 딸을 잃은 내가 나 좋자고 영화를 본다는 것도 그렇고, 어두운 곳에 들어간다는 것도 두렵고. 같이 가면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에게는 일상의 한 조각인 영화관에 가는 것이 유족에겐 큰 일이다. 그래서 다음에 영화를 보자고 약속했다. 하루 날을 잡아 영화관을 통째로 빌렸다. 그것도 길게 누워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최고급으로 빌렸다.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유족들만 모여 영화를 봤다. 가족들이 너무나 좋아한다. 그래서 그 이후 매년 한두 번 유가족들과 영화를 본다.

11월이 되면 유족들과 크리스마스를 보낸다. 12월이 되기 전에 유족들끼리 파티를 한다. 올해도 11월 2일에 모였다. 100여명의 가족이 모였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게임도 하고, 마술쇼도 보고, 오락도 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증받아 경품 뽑기로 풍성하게 나눴다. 유족들이 이날만큼은 실컷 웃었다. 그 일이 있기 전에 누렸던 그 크리스마스처럼 말이다.

유족들도 일상을 살 권리가 있다. 즐거우면 웃고, 슬프면 울 수 있는 일상을 살 권리가 있다. 상처받지 않을 권리가 있고, 또 다른 자살로 몰리지 않을 권리가 있다. 국가에 대해서, 그리고 사회에 대해서 자신들을 보호해 달라고 주장할 권리가 있다. 그래서 유족들과 함께 권리운동을 하고 있다. 유족지원센터를 설립해 유족들을 보호하고 지켜 달라고 하는 이야기다.

자살유족의 날을 맞아 이날 하루 우리 주변의 유족들을 한번 돌아봐 달라고 당부드린다. 아주 자연스럽게 다가가 그들의 손을 잡아주었으면 한다.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소자 하나에 행한 큰 선행이 될 것이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목회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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