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에 이어 열 번째 순서로 발언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개발도상국의 어려움, 아프리카의 식량 위기, 기후변화 위기 등 국제적·거시적 현안에 대해 장황한 발언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을 포함한 다른 정상들은 그러나 발언 기회를 얻을 때마다 북·러의 불법 군사협력과 국제 평화 위협을 성토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북·러 군사 협력의 불법성을 국제사회가 함께 심각하게 인식해 이를 중단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러시아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며 되묻는 방식으로 규탄 발언을 이어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에 의해 국제 식량 안보 위협을 가중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비판했다. 이어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북한이 러시아가 저지른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함으로써 국제 평화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북한이 우크라이나의 영토 주권을 위협하는 러시아의 전쟁에 함께 가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 보존을 지지한다”며 “러시아의 무자비한 우크라이나 침공은 역사상 가장 기록적인 식량 위기로 이어졌다”고 발언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북·러 협력 문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 당사국 러시아와 ‘신중론’을 펴는 중국만 발언을 회피하고, 국제사회가 일제히 나서 북·러를 규탄한 셈이다. 정상들 발언이 길어지면서 제1세션은 애초 예정보다 2시간 지연돼 마무리됐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과 인도네시아, 멕시코 정상과의 양자회담은 결국 취소됐다.
한편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사용 승인 정보를 사전 공유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에이태큼스 사용 승인 정보의 공유 여부를 질문받자 “미국 측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이미 제공한) 에이태큼스의 사거리를 늘려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할 것임을 우리 측에 사전 통보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에 밝힐 수 있을 만큼 그렇게 구체적으로는 설명드릴 계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직접 가담해 행동한 결과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필요 최소한의 설명만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이태큼스는 북한군을 겨냥해 사용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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