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협의체는 17일 국회에서 2차 전체회의를 열고 의정갈등의 핵심인 의대 정원 문제를 논의했으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정부와 의료계가 충돌하는 최대 쟁점은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이다. 의료계는 회의에서 ‘수시 미충원 인원의 정시 이월 제한’ ‘예비합격자 정원 감축(추가합격 제한)’ ‘학습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학생에 대한 학교 재량권 부여’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수용할 수 없는 방안으로 판단하는 만큼 접점 마련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협의체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의대 정원 조정과 관련해 “의료계는 2025년도에 대해 몇 가지 안을 제시했고, 정부는 법적 문제가 결부돼 있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여당 차원에서 조율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 14일 치러졌고 대학별 수시 전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축소하는 방안은 두 가지 정도가 꼽힌다. 먼저 수시에서 뽑지 못한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는 방식이다.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미충족 등의 사유로 선발 못한 인원을 정시로 이월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모집요강에 수시에서 뽑지 못한 인원은 정시에서 뽑는다고 명시했다”고 일축했다.
추가합격 제한 방식도 있다. 복수의 의대에 합격한 인원은 대학 평판 등에 따라 연쇄 이동한다. 추가합격을 제한하면 실질 모집인원을 줄일 수 있다. 예컨대 A의대에 추가합격 학생 3명이 있고 A의대에서 3명이 다른 의대에 합격해 빠져나가면, 3명 모두 A의대에 합격할 수 있다. 하지만 1순위 추가 합격 학생 한 명만 합격시키고 나머지 두 명에 대해선 ‘학습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선발하지 않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의대는 2명을 덜 뽑게 된다.
교육부는 이같이 대학들이 합격자 수를 임의 조정하면 자칫 ‘중대한 입시 부정’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가 지난 7월 개정한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명시한 ‘특정 수험생의 합격 여부에 부당한 영향을 주기 위해 교직원 2명 이상이 조직적으로 입학전형 과정·결과를 왜곡하는 중대 입시 비리’에 해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수험생·학부모로선 ‘변칙적’ 모집인원 축소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올해 의대 모집인원은 법령에 따라 지난 5월 확정됐다. 합법적으로 변경하려면 대학 및 대학 협의체 등과 다시 협의하는 등 법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의료계가 이를 건너뛰고 실질 모집인원을 줄이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2026년도 정원에 대해서도 정부는 백지상태에서 추계위원회를 통해 합의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의료계는 2026년 증원은 일단 유보한 후 2027년도부터 추계위를 통해 논의하자는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또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문제에 대해서도 평행선을 달렸다. 정부는 의료계가 해결을 요청한 사직 전공의 입대 문제에 대해선 입대 희망 시기 등 수요조사를 통해 해법을 찾기로 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정우진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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