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필수 진료 과목 의료진의 소송 부담을 덜기 위해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칭)를 신설하기로 했다. 의료진의 중대 과실이 인정된 경우로 한정해 수사·기소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또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 내 1, 2차 병원의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14일 브리핑을 열어 정부서울청사에서 전날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대책을 논의한 결과를 발표했다. 노연홍(사진) 의개특위 위원장은 “처벌이 필요한 사고는 엄정하게 처벌하되 과실이 크지 않은 사고에 대해선 민사적으로 해결하도록 의료사고에 특화된 새로운 형사체계로의 전환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의개특위가 검토하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는 의료사고의 중대 과실을 판단하는 자문기구 역할을 한다. 정부와 법조계, 의료계, 환자·시민사회로 구성된 위원들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의료 감정 결과를 토대로 중대 과실 여부를 판단한 뒤 수사기관에 의견을 제시하게 된다. 단순 과실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한 불필요한 수사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브리핑에선 심의위가 자문기구라는 이유로 환자들이 심위의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의료사고를 겪은 환자들이 고소·고발까지 가지 않아도 정확한 실체 규명을 받고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고소·고발 전 단계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환자가 원치 않으면 의료진을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도 확대 적용키로 했다. 강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의료사고 원인을 따져봤을 때 불가피한 사정 또는 단순 과실로 중상해가 발생했고 당사자 간 합의가 된 경우에는 반의사불벌을 적용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반의사불벌 적용은 사망사고에 한정하는 등 구체적인 사항은 추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의료사고 시 의학·법률적 지식이 부족한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대변인제 등도 신설된다. 또 필수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국가가 배상 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의개특위는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지역의 경우 2차 종합병원을 ‘허리 병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종합병원이 전문 진료 과목을 가진 전문병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된다. 뇌혈관이나 화상, 심장, 아동 등 필요하지만 공급이나 수요가 부족한 전문병원 분야엔 전폭적으로 보상한다는 방침이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