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앞서 첫 번째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지 약 한 달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티메프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를 받는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13일 청구했다고 14일 밝혔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오는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구 대표는 티메프 대표 등과 공모해 1조5950억원 상당의 정산대금을 중간 판매자 등에게 돌려주지 않은 혐의(특경법상 사기)를 받는다. 큐텐그룹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일감을 몰아주는 식으로 티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에 720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배임),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위시 인수대금을 마련하려 티메프 등에서 자금 799억원을 가져다 쓴 혐의(횡령)도 있다.
첫 번째 영장 청구 때와 비교하면 인터파크커머스 관련 혐의가 추가돼 배임액이 약 30억원, 횡령액이 130억원가량 늘었다.
검찰은 지난달 10일 첫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보강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전형적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 사기)”라며 “사기 고의를 더 명확히 설명하고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줬다는 점, 티메프가 정상적 이커머스 기업처럼 운영되지 않은 점, 구 대표 등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점 등을 중심으로 보완 수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4일과 5일에 류광진·류화현 대표를, 지난 8일에는 구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큐익스프레스 매출 증대를 위해 티메프 측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무리하게 물건을 판매했다고 본다. 사실상 정산대금을 줄 수 없는 상황에서 물건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마케팅을 감행했고, 이 같은 지시를 내린 구 대표에게 사기 혐의가 적용된다는 게 검찰 논리다. 구 대표 측은 정산지연 사태를 미리 인지하지 못했고, 경영상 실패일 뿐이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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