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국회에서 성경 구절을 인용한 이유

Է:2024-11-16 00:37
:2024-11-2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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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목 미션탐사부장


“제 눈의 들보부터 살펴야.” “의인 10명이 없어 멸망한 소돔과 고모라처럼 의인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 침묵과 방관의 시간은 끝났다.”

최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당대표 또는 대변인들이 상대 당을 향한 비판을 쏟아낸 것인데 모두 성경 내용을 언급했다. 마치 오래된 속담이나 금언처럼 신구약 성경 구절을 인용했다.

‘들보’는 집을 지을 때 중심이 되는 두 기둥을 가로질러 걸치는 나무를 말한다. 벽이나 지붕, 문들을 지탱할 정도로 크고 두꺼운 목재다. 기자회견에서 나온 들보의 출처는 신약성경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이다. 예수의 산상설교로 알려진 구절로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마 7:3)가 해당 본문이다. 타인의 작은 결점(티끌)을 지적하고 비판하기 전에 자신의 눈 안에 있는 거대한 결점(들보)부터 돌아보라는 예수의 당부다.

소돔과 고모라 역시 자주 등장한다. 일반인들에겐 더 친숙하다. 타락과 부패, 사악함과 심판의 상징으로 쓰이는 두 도시 이야기는 구약성경 창세기가 그 출처다. 창세기에 따르면 이 도시들이 멸망한 이유는 하나님 보시기에 ‘그 죄악이 심히 무거웠기’(창 18:20) 때문이다. 그리고 의인이 없었던 탓이었다.

아브라함은 조카 롯이 살던 소돔, 그리고 고모라를 멸하겠다는 하나님 앞에서 혹시라도 소돔에 의인이 있다면 멸하지 말아 달라고 탄원한다. 그는 의인과 악인을 함께 심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하면서 의인 50명이 있다면 심판을 취소해 달라는 조건을 내건다. 하지만 45명 40명 30명 20명 마지막 10명으로 의인 수를 줄이면서까지 하나님과 협상한다. 결국 소돔과 고모라는 심판을 받았다.

우리나라 정치 현장에서 성경 구절 사용은 낯설지 않다. 기독교인 정치인이 다수여서가 아니다. 논어나 맹자, 그리스 신화나 이솝우화 같은 동서양 고전의 표현을 인용해 정치적 주장을 펼칠 때 성경의 표현도 자연스레 사용하는 것이다. 기독교 국가도 아닌 나라의 국회에서 성경 구절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어쩌면 우리 사회 속에 기독교 문화가 스며들어 정착된 결과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 국회는 기독교와 거리가 멀지는 않다. 1948년 5월 31일 제헌국회는 이윤영 당시 의원의 기도로 시작했다. 지금도 여야 의원들은 국회조찬기도회를 운영하면서 함께 예배드리고 기도한다.

들보나 소돔, 고모라처럼 우리 사회 일반에 널리 사용되는 기독교 용어와 성경 단어는 의외로 많다. 예를 들면 전도사, 안식년, 빛과 소금, 다윗과 골리앗, 순례,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거듭나다, 할렐루야(감탄사) 등이 있으며 최근엔 내려놓다, 선한 영향력 같은 말이 널리 쓰이고 있다.

이렇게 사회 속에 굳어진 기독교 용어는 한글 성경 번역에 그 뿌리가 있다. 1911년 간행된 ‘셩경젼서’는 언문에 불과했던 한글에 권위를 부여하며 그 위치를 격상시켰다. 또 일제강점기 시절이었던 만큼 사람들은 성경의 언어와 찬송가 가사를 통해 해방이라는 민족의 염원을 기원했다. 이렇게 성경 말씀은 ‘육신(肉身)이 되어’ 한국 문화 저변으로 뿌리를 내렸다. 이는 세계 기독교의 특징이기도 하다. 기독교가 전파되는 곳에 자국어 성경이 출판된다. 마르틴 루터가 번역한 독일어 성경은 사제의 종교를 민중의 종교로 바꿨다. 마치 한 알의 밀알이 떨어져 썩어 열매를 맺는 것처럼 말이다.

내년은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가 한국에 기독교를 공식적으로 전파한 지 140년 되는 해다. 1885년 4월 5일 부활절 아침, 이들 선교사는 제물포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학교와 병원, 교회를 통해 당시 조선인들의 피폐한 삶과 영혼 속에 복된 소식을 전했다.

한국 기독교계는 내년 기독교 전파 140주년을 맞아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부디 기념만 하는 것으로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시급한 것은 교회가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기념은 10년 뒤에 해도 충분하다.

신상목 미션탐사부장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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