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의 국내 상륙이 임박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가 한국 승용차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하면서다. ‘메이드 인 차이나’의 저가 공략이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진 국내 자동차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인다. 전기차 시장 자체에 활력을 줄 것이라는 전망과 한국 기업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혼재해 있다.
BYD코리아는 “한국 시장에 승용차 브랜드 출시를 위한 검토를 마쳤다. 승용차 브랜드의 출시를 공식화한다”고 13일 밝혔다. 출범 목표 시점은 내년 초다. 첫 출시 모델도 공개 전이다. 한국 진출 공식 선언 외에 모든 게 미정이지만, 자동차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첫 출시 차량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모델은 ‘아토3’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다. BYD가 고가 전략보다는 가성비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 현대자동차 ‘캐스퍼 일렉트릭’, 기아 ‘EV3’ 등과 소형 전기차 경쟁 구도를 만들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적잖다. 아토3는 중국에서 1000만~200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보조금 등을 반영했을 때 중국 판매가격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형 세단인 ‘씰’(SEAL)도 첫 출시 모델로 언급되고 있다. BYD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씰의 에너지소비효율 인증을 받았고, 국토교통부에 제원 통보를 마쳤다. 차량을 판매하려면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국토부에 제원을 알리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BYD는 아토3, 씰, 소형 전기차 ‘돌핀’에 대해 환경부 인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급차 서브 브랜드 ‘덴자’에 대해서는 지난 5월 국내 상표 등록을 마쳤다.
BYD가 위협적인 결정적 이유는 높은 가격경쟁력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탓에 전기차 캐즘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BYD의 저가 공세는 한국 기업들에 긴장감을 높일 수밖에 없다. BYD는 이미 지난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에서 미국 테슬라를 밀어내고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캐즘을 극복하는 데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도 일부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산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불신과 우려가 있지만, 가격이 1000만원 이상 저렴하다면 소비자의 관심이 BYD에 쏠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전기차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올릴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9월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BYD는 ‘중국 전기차가 국내에 출시됐을 때 구입을 고려할 브랜드’ 1위, ‘국내 전기차에 위협이 되는 브랜드’ 1위에 꼽혔다.
BYD는 세계 친환경차와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는 2016년 전기지게차, 전기버스, 전기트럭 등 상용차 중심으로 진출했다. 지난해 BYD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글로벌 시장에서 302만대를 넘어섰고,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693억달러(97조6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9% 성장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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