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준비하던 A씨는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 대여·메이크업)를 위해 결혼준비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며 당황스러운 순간이 한둘이 아니었다. A씨는 “스튜디오 촬영까지만 원래 안내받은 가격이고 앨범을 고르거나 추가 사진 인화를 원하면 엄청난 추가금이 붙는다”며 “기본 드레스 비용에도 고가 라인을 원할 경우 ‘골드라벨’이라며 추가금 수십만원이 붙는데, 드레스 최초 대여자는 또 추가금을 내야 했다”고 토로했다.
‘웨딩플레이션’이라는 용어까지 생기며 예비부부들을 곤란에 빠뜨렸던 결혼업계 관행이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결혼준비 대행 업체를 대상으로 사진 파일 구입비나 드레스 피팅비 등을 필수 서비스 조항에 포함하고 위약금이나 추가 요금 조항 내용을 구체화하도록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결혼준비 대행 업체 18곳에 불공정 약관 조항 6개 유형을 시정하도록 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들 업체는 이달 말까지 관련 약관을 자진 시정키로 한 상태다. 불공정 약관을 유지하면 고발당할 수 있다.
이들 업체는 개별 ‘스·드·메’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웨딩플래너를 통해 소비자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공정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이때 ‘스·드·메’ 가격이 각각 얼마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깜깜이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고 웃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행 업체에 지불하는 금액이 200만~300만원으로 이미 부담이 큰데 추가 요금이 붙는 20~30개 옵션이 따라붙는다. 낮 12시 결혼식을 위해 오전 7시 메이크업을 예약하면 이른 시간 서비스를 받는다는 명목으로 ‘얼리스타트비’ 5만원이 추가되는 식이다. 위약금은 구체적인 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다. 계약 해지 시 소비자가 지나친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는 측면도 있다.
이에 공정위는 별도 항목에 있던 사진 파일(원본 및 수정본) 구입비, 드레스 피팅비, 메이크업 얼리스타트비를 기본 제공 서비스에 포함하도록 했다. 또 불명확했던 옵션 가격의 범위와 위약금 기준도 명시하고 고객이 특정 ‘스·드·메’ 업체를 선택하면 구체적인 옵션 가격과 위약금 기준을 확정해 다시 고지하게 했다. 패키지 전체 가격의 20%를 계약금으로 뒀다가 소비자가 계약을 취소하면 이를 반환하지 않는 과도한 위약금 조항도 서비스 개시 전과 후로 나눠 그 기준을 합리화할 수 있게 했다.
공정위는 “매년 약 40만명에 달하는 예비부부들이 불편을 호소한 부분의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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