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1기 때와 같은 톱다운식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추진할 것인지를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한미경제연구소(KEI)의 스콧 스나이더 소장은 11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직은 예측하기 이르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작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김 위원장이 지금 그다지 열의가 있는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나이더 소장은 그 이유에 대해 “김정은이 하노이에서 이미 나쁜 경험을 했기 때문”이라며 “그리고 지금 김정은은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트럼프가 지금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했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빈손으로 돌아간 탓에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스나이더 소장은 트럼프의 관심사에도 북핵 문제가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는 이민과 경제에 초점을 맞춘 선거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북핵 관련 정책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트럼프에게는 지금 당장 국경과 관세,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전쟁, 중국 등 고려할 게 많다. 지금 시점에서 북한은 ‘톱5 이슈’에 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섯 가지 이슈 모두 트럼프가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지만 북한은 자신들이 트럼프에게 ‘문제’로 여겨지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우선은 내각과 백악관 외교안보라인에서 누가 트럼프를 위해 일하게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나이더 소장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북·러 협력에 관해서도 트럼프 당선으로 변수가 많아져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 싶다고 밝혔다.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는 북한 무기에 대한 필요성을 훨씬 덜 느끼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가 전쟁을 끝내겠다는 약속을 이행한다면 한국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무기 지원이라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집권하면 24시간 만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했던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한국 정부가 일종의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도 있다.
스나이더 소장은 오는 15일부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할 예정인 윤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를 만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이나 일본 모두 트럼프와 조기 접촉을 원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결심할 경우 윤 대통령이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마러라고 리조트에 초대해 따로따로 만나거나 함께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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