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장치사업(VS) 부문 육성에 공들이고 있는 LG전자가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차량과 운전자의 상호작용을 강화해 운전자 경험을 진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LG전자는 영업이익이 감소하더라도 미래 모빌리티 기술과 관련한 연구·개발(R&D) 비용을 늘려 시장이 무르익기 전에 경쟁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벌리겠다는 구상이다.
LG전자는 11일 AI를 바탕으로 한 미래 모빌리티 기술 ‘디지털 콕핏 감마’를 공개했다. 디지털 콕핏은 첨단 기술이 집약된 운전 공간으로 다양한 차종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이 가능하다. LG전자가 이번에 선보인 디지털 콕핏 감마는 지난해에 공개된 알파, 베타에 이은 세 번째 선행 기술이다.
감마 기술은 인텔리전트 HMI(Human Machine Interface), 비전디스플레이, 커넥티비티&콘텐츠로 구성됐다. 인텔리전트 HMI는 AI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이 차량과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이다. 한 예로 차량 내 AI가 운전자의 졸음을 감지하면 주행 도로에서 가까운 카페를 검색한 뒤 커피 주문을 제안한다. 비용은 지문 인식을 이용한 차량용 페이 시스템으로 결제할 수 있다. 운전자는 운전대에 적용된 터치 디스플레이로 에어컨을 작동하고 내비게이션이나 통화 등의 앱도 사용할 수 있다. 운전 중에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때는 음성 기능을 이용해 전송하면 된다.
비전디스플레이는 투명 올레드 계기판에 지도와 속도 등 주행 환경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차량 대시보드 중앙의 중앙정보디스플레이는 롤러블 플라스틱 올레드를 매립한 것으로 사용하지 않을 때는 숨길 수 있다. 커넥티비티&콘텐츠는 5G 통신을 활용해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콘텐츠와 라이브 방송 등을 고화질로 제공한다.
LG전자는 지난해 9월부터 VS사업본부의 공식 홈페이지에 ‘모빌리티 랩웍스 시리즈’라는 신규 카테고리를 생성하고 차량용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콕핏을 선보이고 있다. 모빌리티 랩웍스 시리즈는 운전자에게 맞는 기술을 제공한다는 슬로건으로 LG전자가 진행하는 선행 프로젝트와 실험적인 기술 등을 말한다.
LG전자의 VS사업 부문 육성은 조주완 사장의 강한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 조 사장은 지난 2021년 취임 이래 VS사업 부문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이를 주력사업으로 키워오고 있다. 조 사장은 눈앞의 영업이익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LG전자 VS사업 부문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2조611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증가세를 보였지만 영업익은 886억원에서 11억원으로 급감했다. 막대한 R&D 지출 비용이 반영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초반에 전장사업 기술의 초격차를 달성하려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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