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민사소송법의 일인자이자 헌법재판소의 초기 이론적 기틀을 마련한 이시윤(사진)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9일 낮 12시40분 별세했다. 향년 89세.
1935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 전 재판관은 서울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58년 제10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판사가 됐다. 1962년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해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원장 등을 지냈다. 모교에서 6년간 교수로 일하기도 했다. 훗날 인권 변호사로 활동한 조영래 변호사 등을 가르쳤다.
이 전 재판관은 헌법재판소 초기 이론적 기틀을 세우는 데 크게 기여했다. 1988년 이일규 대법원장 지명으로 초대 헌법재판관이 된 그는 ‘한정 합헌’ 등과 같은 결정 양식,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을 제안했다. 그가 도입을 주장한 헌법재판 가처분 제도는 현재 널리 활용되고 있다.
고인은 민사소송법에 신의성실의 원칙을 도입하는 등 민사소송 제도가 자리 잡는 데도 기여했다. 1982년 펴낸 민사소송법 교과서는 법조계 필독서로 꼽혔다. 민사소송법 대가인 이기택 전 대법관은 “모든 법률가에게 최고의 민사소송법 교과서”라고 평가했다. 고인은 1993년 재판관 재임 중 김영삼정부에서 제16대 감사원장에 임명됐다. 감사원장 퇴임 후 한국민사소송법학회와 한국민사집행법학회 초대 회장직을 맡았다. 1999년 민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민법 개정을 지휘하기도 했다.
유족으로 아들 광득(광탄고 교장)·항득(사업)씨 등이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2일 오전 7시40분, 장지는 안산시 와동 선영이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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