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창업부터 사회적 가족 형성까지… 전방위 도움 손길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의 진정한 자립은 생계를 넘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통해 경제적 활동을 일구는 데 있다. 최근 자립준비청년이 ‘스스로 물고기를 잡는 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많은 기관이 취업·창업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없어 고민인 지역과 손잡고 청년들의 경제적 정착을 위한 시도도 돋보인다. 보호자가 없어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자립준비청년의 성공적 자립을 위해 ‘사회적 가족’을 형성하도록 돕는 기관도 눈길을 끈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회장 조명환)은 지역 자원을 활용해 자립준비청년의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부싯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9일 밝혔다. ‘지역에 활력을 지피는 작은 불씨가 되자’는 뜻에서 착안한 프로젝트는 지난 3월 시작됐다. 전북 부안군청, 사회적협동조합 멘토리와 함께 자립준비청년을 비롯해 전국 청년 10여명을 대상으로 한다.

올봄 1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년들은 4개월간 부안군에 있는 ‘어울림쉐어하우스’에서 지내며 명소와 특산물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한 상품·서비스 기획 개발 과정에 참여했다. 매달 생활비 60만원을 지원받으며 또래 청년들과 폭넓게 소통하면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1기는 서너 명씩 구성된 4개팀으로 구성됐으며 부안의 특산물과 자연을 활용한 디저트 및 비건식품 후무스, 기후변화 체험 프로그램, 영농 폐기물을 활용한 재활용 상품 개발로 이어졌다.

자립준비청년들은 취업 외에도 창업이라는 기회에 눈을 뜨게 된 것에 만족해했다.

최영윤(가명·21)씨는 “미래 계획으로 대학 진학 아니면 취업에만 국한됐었는데 또 다른 길의 가능성도 보게 됐다. 다른 곳에서 쉽게 얻지 못하는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혜지(가명·21)씨도 “창업은 특출난 사람이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다양한 업무를 했고 다방면에 능통한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서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중철 월드비전 국내임팩트프로젝트팀 과장은 “자립준비청년들이 문제 인식부터 아이템을 발굴하고 상품을 개발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논리적 사고를 통해 물고기 잡는 법을 터득해가는 프로젝트다. 자립준비청년들의 역량을 키워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부터 자립준비청년 지원사업 ‘굿프렌즈’로 사회 정착을 도운 국제구호개발 NGO 굿피플(회장 김천수)은 올해부터 자립준비청년 자립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취업과 창업, 학업 등 3개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굿피플은 지난 6월 블리스버거(대표 정우정 이정환)와 함께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블리스버거 전남영광점’ 창업을 지원했다. 그룹홈에서 퇴소 후 자신들이 자란 전남 영광에서 정착해 창업하길 희망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해 기획한 사업이다.

전남 영광에 있는 연한가지그룹홈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김주현(19)씨는 그룹홈 퇴소 후 자립을 고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러다 그룹홈 원장의 권유로 햄버거 가게 창업의 기회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목공 기술을 활용해 가게를 꾸몄으며 교육 훈련 등의 과정을 거쳐 창업할 수 있었다.

김씨는 “사회복지사가 되는 게 저의 꿈”이라며 “현재 학업과 가게 운영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지만 창업은 저의 자립을 지지해준 받침대나 다름없다”고 만족해했다.


이외에도 레진 공예 전문 사회적기업인 ‘몽실꿈터’와 함께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인턴십을 진행 중이다. 한유미 굿피플 국내사업팀 대리는 “요식업이나 카페, 레진아트 등에 대한 자립준비청년들의 취업·창업 수요가 높다. 다른 분야보다 단기간 교육으로 진입하는 데 큰 무리가 없기 때문”이라며 “자립준비청년의 생계와 직결된 부분이다 보니 최근 취업·창업 연계형 프로그램이 부쩍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자립준비청년의 진정한 자립을 위해 ‘사회적 가족’으로 지지체계 구축을 마련한 기관도 있다. 희망친구 기아대책(회장 최창남)은 최근 보호자 부재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보호대상아동과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3자 멘토링 프로젝트 ‘월간식구’ 발대식을 개최했다. 그동안 진행한 ‘마이리얼멘토링’ 사업을 확대해 사회적 가족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멘토 역할을 하는 ‘골든키퍼’와 자립준비청년, 보호대상아동 3인 1팀으로 구성된 월간식구는 매월 식사와 문화·멘토링 활동을 펼친다.

최창남 기아대책 회장은 “월간식구를 통해 탄생한 사회적 가족이 온전한 자립을 돕는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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