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 출생아수 감소… 전망 더 암울
OECD 비정상적 규모 경고했지만
교육부·교육청 통폐합 정공법 외면
지역 소멸 막으려 ‘작은 학교’ 고집
학생 제대로 공부할 환경 우선돼야
OECD 비정상적 규모 경고했지만
교육부·교육청 통폐합 정공법 외면
지역 소멸 막으려 ‘작은 학교’ 고집
학생 제대로 공부할 환경 우선돼야
교직원이 학생보다 많아진 학교가 전국에서 310곳으로 집계됐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이 배우는 사람보다 많은 ‘한계 학교’들이죠. 2021년 172곳이었는데 3년 새 80.2%나 늘었습니다. 초등학교의 경우 99곳에서 219곳으로 배 이상(121.2%) 증가했습니다.

교직원 대 학생 비율이 3대 1 ‘이하’인 학교는 전국적으로 2193곳입니다. 초등학교 1590곳, 중학교 528곳, 고교 75곳입니다. 전국 초등학교가 6183곳이니 4곳 중 1곳입니다. ‘이하’란 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직원 대 학생 비율이 3대 1인 곳도 있지만 2대 1이나 1대 1인 곳도 섞여 있다는 말입니다. 조만간 교직원이 학생보다 많은 학교가 속출한다는 얘기입니다.
이처럼 막다른 길에 몰린 학교들은 농·산·어촌에 집중돼 있습니다. 이 지역들의 출생아 수를 들여다보면 전망은 한층 암울해집니다. 주로 농·산·어촌에 해당하는 군(郡) 지역은 전국에 82곳 있습니다. 여기서 태어난 2017년생은 2만6500명이었습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입니다. 지난해 이 지역에서 태어난 2023년생은 1만5461명이었습니다. 이 아이들이 취학하는 2030년에는 1만1039명(41.7%)의 입학 예정 인원이 증발합니다.

학교 현장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2017년 당시 82개 군 지역에 초등학교 1259곳, 중학교 680곳, 고교 403곳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1곳에서 기대할 수 있는 입학 예정 인원은 21명이었습니다. 이 아이들이 모두 진학한다고 가정하면 중·고교 입학 예정 인원은 각각 38.9명과 65.7명이 됩니다.

지난해 이 지역에서 태어난 2023년생이 취학할 때는 초등학교 1곳의 입학 예정 인원이 12.5명으로 뚝 떨어집니다. 중·고교는 23.2명과 38.9명이 됩니다. 이 수치도 평균치일 뿐입니다. 개별 학교에 닥칠 충격파는 한층 강력할 겁니다. 현재 신입생 0~3명인 초·중·고교는 880곳입니다. 2021년 625곳, 2022년 685곳, 2023년 756곳으로 매년 증가폭이 커지는 흐름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 학교의 수치가 충격적인 듯합니다. OECD는 정기적으로 각국 교육 환경을 비교 연구하는 보고서를 발간합니다. OECD는 지난 10일 ‘OECD 교육지표 2024’를 공개하며 한국에 영상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안드레아스 슐레허 OECD 교육국장은 영상 메시지에서 작정한 듯 한국과 미국의 초등학교 규모를 비교하는 그래픽을 띄워놓고 경고했습니다.

슐레허 국장이 띄운 그래프를 보면 한국의 학교 규모가 비정상적이란 점이 한눈에 보입니다. 학년 당 학생 수 0~10명인 소규모 학교 구간에 학교들이 극단적으로 몰려 있습니다. 마치 절벽 같은 형태입니다. 미국의 경우 중간 규모 학교가 다수를 차지하고 학생이 많거나 적은 학교들이 적은 완만한 언덕 모양입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국 그래프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국가의 전형적인 형태지만 다른 인구감소 지역보다 극단적인 형태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슐레허 국장은 “폐교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폐교로 마을의 중심이 사라지기도 한다”면서도 “한국은 모든 학습자가 양질의 학습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균형을 찾아야 한다. 한국의 학생 수가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는 계속해서 한국의 도전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교육의 질을 유지하려면 학교 통폐합을 통해 학교 규모를 적정화하란 얘기입니다.
교육부와 교육청들은 학교 통폐합을 통해 학교 규모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정공법’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둘러싼 이해관계 탓이죠. 선출직 교육감들은 동문회와 지역 주민 눈치를 살피느라 바쁩니다. 교육청 직원들도 학교장 자리 감소가 달갑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자기 몫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교육부도 굳이 나서서 욕을 먹고 싶지 않다는 태도입니다. 학생보다 교직원이 많은 학교가 방치되는 이유일 겁니다.
이 같은 직무유기에 가까운 무책임 행정은 ‘작은 학교’란 말로 포장되곤 합니다. 자연 속 학교의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행복하게 공부하는 아이들을 떠오르게 하는 용어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합니다. 초등 고학년부터 공부는 어려워지고, 중·고교에선 과목별 전문 교사가 필요합니다. 지금도 작은 학교들은 과목 담당 교사 1명을 여러 학교가 공유하는 교사 돌려막기를 하고 있습니다. 과목마다 전담 교사들이 협업해 가르치는 도시의 큰 학교들과 동등하게 경쟁한다고 보기 어렵죠.
학교가 사라진 지역은 회복 불능이 됩니다. 청년층이 자녀를 보낼 학교가 사라지면 다시 돌아올 가능성조차 없어진다는 것이죠. 그래서 지역 소멸을 막으려면 어떻게든 학교를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맞는 말이지만 순서가 틀렸습니다. 학교와 지역을 위해 학생이 남아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학생은 학교와 지역 사회를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학교·지역 소멸을 걱정한다면 학생이 제대로 공부하고 사회성을 키울 수 있는 ‘기본’부터 충족시켜줘야 할 것입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