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무릎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게 바로 나이 드는 거구나’라며 어쩔 수 없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젊은 노인’으로 활기찬 삶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여전히 희망은 존재한다. 그 희망 중 하나가 줄기세포 치료다.
무릎 관절은 일상에서 가장 많은 압력을 받는 부위 중 하나다. 관절의 매끄러운 움직임을 관장하는 초자연골(하이알린 연골)은 손상 후 자연적인 재생이 어렵다. 이런 연골 손상은 무릎 통증을 유발하고 방치하면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는 노화로 인한 무릎 통증을 운명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줄기세포 치료를 통한 새로운 해결책이 등장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첨단재생의료법을 마련해 줄기세포를 통한 임상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가 속한 선한목자병원은 재생의료실시기관으로 인정돼 자가 골수 줄기세포로 무릎 연골을 재생하는 임상 연구를 준비 중이다.
초자연골은 투명하고 탄력 있는 구조로 무릎 관절의 원활한 움직임을 돕는다. 이 연골은 혈관이 없어 관절액으로 영양을 공급받는다. 손상 시 완전한 회복이 어렵기에 몸은 섬유연골을 이용해 손상된 부위를 보충한다. 섬유연골은 콜라겐 타입 1이 주를 이룬다. 콜라겐 타입 2로 이뤄진 초자연골에 비해 탄력성과 매끄러움이 떨어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줄기세포 치료다. 줄기세포는 손상된 연골을 재생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어 기존 치료법으로는 어려웠던 연골 손상 회복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줄기세포는 손상 부위에 이식되면 초자연골을 이루는 콜라겐 타입 2로 분화한다.
줄기세포가 무릎에서 초자연골로 분화하는 과정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줄기세포가 손상된 부위에 이식되면 그 주변 환경이 줄기세포의 분화 방향을 결정한다. 손상된 연골 부위는 세포 외 기질(ECM) 변화와 함께 다양한 성장 인자 및 사이토카인을 분비한다. 이는 줄기세포에 연골세포로 분화하라는 신호를 준다.
줄기세포가 연골세포로 분화하기 위해서는 베타 변형성장인자, 골형성 단백질, 인슐린 유사성장인자1과 같은 성장 인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줄기세포가 연골세포로 완전히 분화해 새로운 초자연골을 형성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재생하면 기존의 연골과 매우 유사한 특성을 가진다.
줄기세포 치료는 특히 연골손상정도 국제표준(ICRS) 4등급에 해당하는 심각한 연골 손상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ICRS 4등급은 연골 손상이 매우 심각해 뼈가 드러난 상태다. 이런 환자에게 줄기세포 치료는 연골 재생의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관절의 안정성이 전제돼야만 효과가 극대화된다.
줄기세포 치료의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선 휜 다리 교정도 고려해야 한다. 무릎이 휜 상태에서는 관절에 비정상적인 압력이 가해져 연골 손상이 심화될 수 있다. 따라서 휜 다리가 있는 환자는 재생한 연골을 더 오랜 기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줄기세포 치료 시행 전 다리 교정을 함께 하는 것이 좋다.
줄기세포 치료 후엔 관절 운동이 필수적이다. 연골이 자라는 동안 관절 형태와 기능이 올바르게 유지되려면 지속적이고 적절한 관절 운동이 뒷받침돼야 한다. 줄기세포로 재생된 연골들이 상호 조화롭게 관절면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지속적인 무릎의 ‘굴신(구부리는) 운동’이 매우 중요하다. 자전거 페달 밟기 같은 운동은 줄기세포가 울퉁불퉁하게 자라지 않고 과분화되지 않으며 매끈하고 둥그런 모양으로 유지하게 한다.
무릎의 안정성을 확보하지 않고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면 오히려 관절의 움직임이 제한될 수 있다. 특히 십자인대나 측부인대에 손상이 있는 경우 이를 먼저 교정한 후 줄기세포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줄기세포 치료는 무릎 연골 재생에 혁신적인 가능성을 제공한다. 통증 완화를 넘어 무릎 건강을 되찾고 활기찬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 주요 수단이 될 수 있다. 줄기세포 치료는 젊은 노인으로 활기찬 인생을 살고자 하는 현대인에게 건강한 무릎을 선물할 수 있는 유망한 해결책이다.
이창우 박사 (선한목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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