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미워도 맏형 찍어야 하지 않겄소.” “이번엔 조국이 한번 밀어줘 부러야제.”
22일 찾은 전남 영광군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 대한 지지 목소리가 치열하게 교차했다. 대부분 민주당의 독무대였던 호남 선거판에 혁신당이 가세하면서 이전과 다른 기류가 흐르는 것이다. 지방 군수 선거에 두 당의 대표까지 참전하면서 10·16 재·보궐 선거가 2026년 지방선거의 전초전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굴비로 유명한 영광 법성면 법성포항에서 만난 황모(81)씨는 “그래도 민주당, 그래도 이재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세일 민주당 예비후보를 거론하며 “세월과 전통을 무시하진 못한다”며 “지역을 살리려면 민주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국 대표가 법성포까지 찾아와 허리 숙이고 다니는 거 보면 고맙고 애잔하지만, 민주당과 힘을 합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미워도 맏형이 낫다’는 반응이 많았다. 혁신당 바람이 신선하게 느껴지지만 민주당보다 아직 미덥지 않다는 것이다. 50년째 민주당을 지지해왔다는 김모(77)씨는 “이참에 ‘혁신당으로 넘어가 볼까’란 고민을 잠깐 한 적이 있다”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에게 맞서려면 제1당인 민주당과 이재명이 답”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이재명 대표는 23일 영광에서 직접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텃밭 잡기’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동 차량에서 진행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만약 결과가 조금 이상하게 나오면 민주당 지도체제 전체가 위기를 겪을 수 있다”며 “소규모 보궐선거이긴 하지만 의미가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광터미널시장을 직접 방문해 시민들을 만나고 이후 쌀값 안정화 정책 간담회도 진행하는 등 농민 표심을 강하게 두드렸다.
혁신당은 당의 얼굴인 조국 대표를 앞세워 일찌감치 장현 예비후보 지원에 나선 상태다. 추석 연휴 이전부터 ‘영광 월세살이’를 시작한 조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의원 워크숍을 시작으로 틈날 때마다 군민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혁신당이 집중 파고드는 지점은 민주당을 향한 피로감과 실망감이다. 영광터미널시장에서 수산물을 판매하는 정모(68)씨는 “이재명을 지지하지만, 대선과 군수 선거는 다르다”며 “민주당 명패만 달면 당선된다는 건 옛말”이라고 힘줘 말했다. 잡화점을 운영하는 한 남성은 “이제는 바꿔야제”라는 말을 반복했다.
특히 여성 유권자를 중심으로 “짠한 조국 한번 밀어주자”는 동정론이 커진다는 게 혁신당 설명이다. 김모(60)씨는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짠하고, 속상한 마음”이라며 “조심스럽게 혁신당 쪽으로 마음이 간다”고 전했다.
이런 기류에 민주당에서는 당황해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군수 선거가 장세일 대 조국의 대결이 돼 버렸다”고 토로했다. 다만 “지방선거를 처음 치러보는 조 대표의 공격적 행보에 난감하지만, 당 지도부가 강력히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남은 20여일 선거 기간의 초점은 혁신당이 ‘그래도 민주당’에 얼마나 균열을 낼 수 있을지에 맞춰진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지난 총선 때 영광에서 양당 비례대표 득표율 차는 1% 포인트도 나지 않았다”며 “민주당의 아성인 호남에서 혁신당이 한 석이라도 이긴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광=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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